크립토 네이티브 전환을 위한 준비

아곤
6 min readFeb 7, 2022

*주의: 투자 1도 모르는 사람한테 투자 조언을 바라는 미련한 사람은 없겠지? 왠만하면 내가 말하는 건 사지마. 자꾸 떨어지더라고.

그래 맞아… 텅 비어있어! ㅠㅠ

고백할게 있어. 나는 코인이 하나도 없어. 처음 비트코인 백서를 접한 2017년말부터 지금까지 크립토에 관심을 가지고 시장을 살펴봤지만 실제로 코인을 사진 않았어. 빗썸이나 업비트 계정도 없고 메타마스크는 테스트넷에서 개발 테스팅을 위해서만 썼지. 12월 루디움 NFT를 발매할 때도 지원을 받아 스마트 컨트랙트를 실행했거든.

내가 아직까지 코인을 사지 않은 이유는 결심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나는 꽤나 극단적인 사람이라 중요한 선택을 내리면 확신을 가지고 선택에 완전히 충실하려고 하거든. 비트코인과 블록체인, 크립토가 만드는 새로운 세상에 대해 믿음을 키워나가고 있었지만 아직 현실에 남아 있는 정체성의 “다리"를 불태우겠다는 결심은 내리지 못했던거야. 그런데 이제는 선택을 내릴 순간이라고 느끼고 있어.

유튜브 게이밍 글로벌 헤드 라이언 와트(Ryan Watt), Polygon 이직 성명 발표

최근 현실 세계에서 크립토로 전향하는 다양한 사람들을 접하면서 나의 신념을 다잡고 있어. 라이언 와트는 유튜브 게이밍의 글로벌 헤드인데 최근 이더리움 기반 레이어 2 솔루션인 폴리곤의 CEO로 이직 성명을 발표했지. 와트 뿐 아니라 수 많은 개발자, 아티스트, 스타트업 종사자가 NFT나 웹3.0을 통해 크립토로 진출하고 있지. 비트코인이 시작한 이래로 크립토 전향은 항상 있었지만 올해는 유독 그런 사람들이 많이 보이는 것 같아.

크립토 전향의 단계

너는 과연 웹 3.0와 크립토를 피해갈 수 있을까?

나는 크립토 전향에 4가지 단계가 있다고 생각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1–4번을 순서대로 거쳐가지만 예외적인 경우도 있어.

  1. 흠터레스팅(Hmm…interesting)
    처음은 풍문으로 누군가에게 크립토에 대해 듣는 단계야. 친구가 추천한 코인이나 좋아하는 셀럽과 브랜드의 NFT의 가격이 50x, 100x로 미친듯이 춤추는 그래프를 보며 “이게 맞나" 싶다고 느끼는 순간이지. 참고로 나는 처음 비트코인 백서를 보면서 이런 흥미를 느꼈어. 나한테 백서를 소개해준 사람은 하시은이라고 전 논스의 수장이자 이제는 메타카르텔을 통해 크립토의 강을 건너 이미 저 먼 세계로 나가버린 사람이지. 첫 흠터레스팅의 순간이 가격의 등락이든 미지의 자유에 대한 갈망이든 그 순간을 기억하는게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해. 왜냐하면 그게 결국 나를 크립토로 이끄는 미지의 중력같은 힘이 되어주니까.
  2. 바이인(Buy-In)
    자산으로서의 성격이 강한 크립토의 특성상 실질적의 진출의 첫 단계는 구매 혹은 투자인 경우가 많아. 그런데 이 때 처음 산 토큰이 무엇인지 그리고 이걸 왜 샀는지가 매우 중요해. 친구따라 강남 갔다가 제비한테 물리고 돌아오는지 아니면 나름대로의 생각을 관철시키기 위해 샀는지 그 다음 무얼 사고 앞으로 어떤 크립토 세계에 관심을 가질지가 정해지거든. 아직 바이인을 안한 나로서 처음 사는 건 무조건 이더가 될 것 같아. 왜냐하면 일단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위해 디파이 서비스와 다른 여러 기능을 테스팅하려면 이더가 필요하거든. 아직까지 내가 써보고 싶은 기능의 90% 정도가 이더 위에서만 가능하더라고.
  3. 어색한 손짓(Awkward Approach)
    인싸 클럽에서 아싸가 되는 가장 쉬운 방법 중 하나는 되도 않는 너스레를 떠는 거야. 토큰도 샀으니 이제 밋업 좀 나가볼까 해서 나갔는데 막상 아는 사람도 없고 인사 하기도 뭐해서 쭈뼛거리다 돌아온 경험들 있을거야. 크립토 씬에 데뷔 무대가 처량한 경험이 되버리면 이후에 나의 써클을 넘어 밖으로 나가기가 꺼려질 때도 있어. 다행히도 나는 논스라는 커뮤니티에서 크립토를 시작했고 기반이 있었기 때문에 다양한 밋업이나 행사에 가서도 어색할 일이 없었어. 논스 통해 소개 받고 인사 나누고 집(당시 20명의 남정네가 살던 곳)으로 초대해서 서로 친해졌거든. 2017년 당시 첫 ICO를 했었던 그노시스(Gnosis, 지금은 Gnosis Safe를 만든)나 아라곤(Aragon DAO 툴을 만드는) 같은 프로젝트도 처음 시작했을 때여서 CEO랑 모여서 밥도 먹고 클럽도 가고 논쟁도 하고 뭐 그랬어.
  4. 렛미인! (Let me in!)
    결과적으로 전향을 위해서는 현실 세계에서의 생각과 정체성(직업이나 친구 관계 정도로 표현해두자)을 어느 정도 내려놓을 각오가 필요해. 크립토 프로젝트에 참여하거나 직접 프로젝트를 이끄는 과정에서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사람과 새로운 일을 해야 하니까. 고향을 떠나 여행을 떠날 채비가 필요해. 물론 나에게는 매우 쉬운 일이었어. 논스에 처음 들어와서 스터디를 시작할 때부터 이미 현생을 거의 포기한 상태였으니까. 나는 논스와 논스를 통해 만난 커뮤니티가 좋아서 지금까지 달려올 수 있었어. 내 주변 사람들은 다들 이 과정에서 경제적 자유도 찾더라고. 물론 아무것도 사지 않은 나를 제외하고 말이지.

나는 아직 진정한 크립토 전향자라고 부를 수 없어. 하나의 단계를 스킵해버렸으니까. 그래서 이제부터라도 제대로 단계를 밟아보려 해. 나만의 바이인 기준을 가지고 말이지.

나의 바이인 기준

NFT 최강 고래 Cozomo de’ Medici가 시작을 회상하며

아까 말했듯이 내가 처음 살 코인은 무조건 이더야. 이건 다른 옵션이 없어보여. 내가 사고 싶은 혹은 앞으로 사야겠다고 생각이 드는 모든 자산과 기능을 테스팅하는데 범용성이 높은 화폐니까. 나는 돈이 많지 않기 때문에 가격의 등락보다 진짜 필요한 곳에 돈을 쓰는게 중요하거든. 이걸 투자라고 부르기도 뭐한게 말 그대로 크립토로 생활비와 취미 비용을 내는데 더 가까워. 다만 크립토의 특성 덕분에 취미로 산 토큰이 소비되는 대신 가치있는 자산으로 남을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는 것 뿐이지.

이더를 사고 나면 다양한 소셜 토큰이나 다오 토큰을 살펴보려고 해. 내 가장 큰 취미는 커뮤니티를 돌아다니면서 다양한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는 건데 그 과정에서 소셜 토큰이 있으면 편하거든. 디스코드나 트위터, 미러와 미디엄을 포함한 글과 인터뷰를 살펴보다가 나랑 생각이 맞는 사람이 모인 커뮤니티가 있다고 느껴지면 그 사람, 혹은 커뮤니티의 분위기를 살펴보기 위해 입장료를 낼 생각이 있어. “친구 비용"을 내고 들어가는 거지. 아쉽게도 요즘 NFT를 사고 싶다는 마음은 별로 들지 않더라. 진짜 레어한 아트나 오랫동안 봤던 프로젝트 중에 가격이 떨어진게 아니라면 새로 나오는 건 거의 눈에 잘 안 들어오는 것 같아. (사실 너무 비싸서 손을 못 대는 것 뿐이야 ㅠㅠ)

그리고 이제는 디파이를 제대로 써봐야할 때가 온 것 같아. 지금까지 디파이하면 숫자 때문에 머리가 아파서 “응 그래.” 그러고 넘어간게 대부분이거든. 앞으로는 이자율이랑 수수료 이런 것도 제대로 계산에 넣어야지. 스왑할 일도 자주 생길테니까… (아 생각만 해도 골아파) 앞으로는 돈 쓰는 이야기도 종종 하도록 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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