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비트를 설치하면서

아곤
5 min readMar 2, 2022
블로그 읽으면서 업비트 설치하고 계좌 활성화를 했어

나는 중앙거래소를 좋아하지 않아. 하지만 루디움 운영을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암호화폐의 현금화를 위한 중앙거래소 계좌가 필요하다고 결론지었어. 월급과 공간 임대료를 비롯한 대금을 지급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한국 원화 환전이 필요하거든. 우리는 아마 현금을 암호화폐로 전환하는 일은 거의 없을 것 같아. 최소한으로 필요한 만큼의 암호화폐를 현금으로 전환해서 자금을 운용 하겠지.

그래서 업비트를 설치했어. 업비트에서 출금을 하려면 카카오톡으로 접속해서 이메일과 핸드폰 인증을 해야해. 그리고 케이뱅크를 설치해서 실명 인증을 한번 더 해야 하지. 그렇게 다 해도 처음 입금 후에는 72시간을 기다려야 출금을 할 수 있어. 이렇게 실명 인증과 개인 정보를 확인하는 이유는 해외 자금 유출과 탈세를 방지하기 위해서야. 하지만 나는 이 과정이 굉장히 불합리하고 비효율적인데다 명분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생각해. 그래서 중앙거래소를 이용하고 싶지 않아.

아니 뭐 이런 당연한 걸 가지고 트집이야!

현실 은행 계좌를 만들기 위해서는 나의 신원 정보를 제공해. 이름, 주민등록번호, 주소를 비롯해서 소득세나 재직증명서와 같은 서류를 통해 신상을 증명하니까. 업비트가 아니라 모든 금융 기관에서 너무나도 “당연하게" 요구하는 정보일거야. 그런데 이런 정보가 당연한 이유가 뭘까? 현실 금융 시스템이 국가에서 관리하는 신원 정보로 구동하기 때문이야. 국가 시스템 안에서 “나”라는 사람이 인적 사항과 이에 기반한 신용 정보에 따라 기록, 관리되기까.

하지만 크립토에서는 이런 “당연한" 정보가 절대로 당연하지 않아. 왜냐하면 개인 신상 확인이 국가 신원 정보에 의존하지 않기 때문이지. 크립토 금융에서 신상 확인을 위해 필요한 건 오직 크립토 월렛의 주소야. 모든 거래 데이터가 기록되고 공유된다는 블록체인의 특성에 기반해서 월렛 주소만 알고 있으면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 자금을 추적하고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으니까.

나는 크립토의 정보 공개, 활용 방식이 훨씬 더 범용성이 높고 목적에 부합하게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해. 데이터 수집의 목적이 정말 자금 세탁 방지와 외화 유출을 막는 것이라면 계좌에서 돈이 인출된 사실과 이에 대한 세금 납부 여부를 확인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았을 시 자금 동결이나 패널티를 부여하면 되는 거니까. 물론 아직까지 자금 추적, 패널티 부여 방법, 그리고 개인 신원과 자산 규모 측정(예를 들어 지갑이 여러 개라면 이를 하나의 대상으로 어떻게 모을 것인지)에 대한 기술이 부족한 상황이야. 그래서 당장의 미봉책으로 통제 가능한 중앙거래소를 먼저 잡아두는 것까지는 이해하겠어. 그렇지만 이건 말 그대로 미봉책이야. 궁극적으로는 크립토의 존재 자체를 외면 하겠다고 선포하지 않는 이상(중국이 약간 그런 식으로 가고 있는데) 크립토에 맞는 세금 징수 정책이 필요할거야. 그리고 이는 지금의 신원 통제, 송금 통제 방식은 아닐 거라고 생각해.

금융이 할 수 없는 것

며칠 전에 우크라이나로 이더를 보냈어!

요즘 크립토 세계에서 가장 핫한 이슈 중 하나 러시아 — 우크라이나 전쟁이야. 개인적인 정치 견해에 따라 해석은 다양하겠지만 크립토 안에서는 러시아의 행보가 “침략”이고 우크라이나 시민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로 해석하는 의견이 지배적이거든. 그래서 크립토를 활용한 다양한 후원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야. 예를 들어 크립토 인플루언서 엔드루 왕은 NFT 아티스트들과 함께 작품을 통해 우크라이나를 위한 모금을 진행 중이고 우크라이나 다오는 플리저 다오에서 제작한 파티 비드를 활용해 이더로 모금해서 토큰을 발행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지.

우크라이나 대사관에서도 공식적으로 비트, 이더, 그리고 트론 USDT로 모금을 하는 계좌를 열었어. 이게 진짜 계좌라는 걸 트위터를 통해 이더리움의 파운더 비탈릭과 우크라이나 대사관들이 검증했지. 크립토 아티스트인 팍과 트론의 저스틴 썬을 비롯한 인물들이 크립토를 후원하고 트위터로 인증했지. 나도 많지는 않지만 0.0819ETH를 우크라이나 대사관 주소로 보냈어.

크립토가 아닌 기존 금융 시스템에서 이런 후원은 불가능 했을거야. 정치적인 견해나 국제적 중립성을 배제하더라도 직접 송금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으니까. 만약 계좌를 열더라도 국제 송금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겠지. 더 나아가 개인의 신원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자금만 송금할 수 있는 프라이버시가 보장되지 않았을 때 정치적으로 문제가 발생할 소지도 있어. 이 과정에서 의도하던 의도하지 않던 특정 국가 혹은 금융 기관의 정치적 입장이 개인의 정치적 가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거야.

나는 크립토가 개인의 신념을 대변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하길 진심으로 바래. 물론 이 과정에서 문제도 발생할거야. 정치적으로 편중되고 심지어는 악의적인 집단으로 자금이 들어갈 수 있다는 위험성은 분명히 존재해. 하지만 이는 일괄적인 통제 혹은 금지로 막을 수 없어. 자유의 억압이 아닌 행동의 유도를 위한 금융 시스템이 자리 잡히길 바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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