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페이지가 300만원?? — 베일에 쌓인 로스트포에츠

아곤
6 min readSep 29, 2021

총 800억짜리 페이지

Lostpoet Pages by Pak on Opensea

2021년 9월 3일 65536개의 NFT가 1시간 만에 완판됐어. 개당 가격이 0.32이더 수준이었으니까 에어드롭된 8천개를 제외하고 팔린 금액을 대충 계산 해보면 약 7000만 달러(한화 830억원) 정도라고 해. 현재 2차, 3차 세일에서 페이지 가격은 최대 5배까지 올랐어. 이걸 감안하면 페이지는 세계 최대의 NFT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지.

근데 위에 그림만 보면 회색의 빈 페이지에 불과해 보이잖아? 도데체 이게 뭐길레 세계에서 가장 핫한 NFT 프로젝트가 되버렸을까? 이걸 만든 팍(Pak)과 페이지를 활용한 프로젝트 로스트포에츠(Lost Poets)에 대해 설명하면서 이게 왜 미래의 NFT라고 불리는지 설명할게.

무랏팍과 디지털 창세기

Archillect by Murat Pak

팍은 이름과 성별도 모르는 “실체 없는" 작가야. 자신의 트위터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면서 벌써 20년이 넘게 디지털 아트 작업을 해왔지만 실제로 이게 사람인지 AI인지 그룹인지 아는 사람은 없어. 오랫동안 AI를 활용한 디지털 아트 작업을 해온 건 사실이지. 위에 보이는 아킬렉트(Archillect)는 지식과 저장(Archive + Intellect)의 합성어야. 말 그대로 지식의 보고인거지. 아킬렉트는 다양한 소셜 미디어 채널에서 키워드를 검색하고 사용자의 반응을 데이터로 분석해서 이미지를 큐레이션 하는 알고리즘을 가지고 있어. 그리고 이미지를 자신의 소셜 네트워크 채널에 배포하지. 알고리즘에 기반해 디지털 세상에서 활동하는 AI 인플루언서이자 작가인 셈이야.

The Fungible Collection by Murat Pak

팍이 NFT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이름을 날린 건 2021년 4월 더 펀지블 콜렉션을 발매한 이후야. 크리스티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경매하우스 소더비스(Sotheby’s)에서 경매를 진행했는데 약 1600만 달러(한화 190억원) 정도 규모였지. 그런데 경매 규모보다 더 회자가 된게 경매를 통해 작품을 얻는 방식이었어. 총 7종류의 작품이 있는데 획득 방식이 전부 달랐던 거야. 경매에서 직접 구매할 수 있는 작품도 있지만 퀴즈를 풀거나 트위터 활동을 통해서 얻어야만 하는 작품도 있었지. 발매 방식이나 작품을 사야 다른 작품이 얻어지는 방법 자체가 너무나 특별했기 때문에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게 됐지.

Murat Pak Ash Token

NFT 경매와 더불어 팍은 NFT를 통해 토큰을 획득하는 구조도 만들었어. 경매로 구매한 NFT를 번(Burn)하면 최대 1000개의 애쉬(Ash) 토큰이 발매되는 방식이지. 그런데 이 때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이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어. 애쉬 토큰을 어디에 사용하는지 왜 비싸게 구매한 NFT를 태워야 하는지 정확한 설명이 없었거든. 그런데 드디어 왜 애쉬가 발매되었는지가 일부 공개된거야. 로스트포에츠라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통해서 말이지.

디지털 시인의 군대 — 로스트포에츠

Lostpoets The Secret Roadmap

로스트포에츠의 로드맵은 프롤로그와 에필로그, 그리고 4막(Act)으로 구성되어 있어. 프리세일에서 프로젝트 구현 실행까지 스토리라인이 있는거야. 현재 페이지를 판매하는 1막이 완료되고 포에츠(시인)이 나타나는 2막이 진행 중이지. 세일 과정에서 8천개의 페이지가 애쉬 토큰을 가진 사람에게 분배되었어. 예전 세일에 참여한 충성 고객에게 명확한 혜택을 부여함으로서 로스트 프로젝트의 발전 뿐 아니라 앞으로 있을 프로젝트에 기대감도 높인 거지.

Lostpoets Act II: The Reveal

현재 2막이 시작되고 페이지를 뒤집어 시인들이 공개되기 시작했어. 이 때 페이지를 소유한 사람에게는 2가지 선택지가 주어져. 웹사이트에 접속해서 자신의 페이지를 뒤집어 시인으로 바꾸거나 다른 페이지를 그냥 들고 있는거야. 시인은 모두 AI로 만들어진 고유의 객체야. 개별적으로 고유의 형상을 가지고 이름도 성격도 다를 수 있다는 거지. 팍은 웹사이트를 통해 “시인은 시인이다. 그러나 새로운 페이지로 이름을 바꿀 수도 있다. 페이지를 주면 이들은 더 많은 이야기를 할 것이다.”라는 말로 고양감을 주고 있지. 그러나 3막이 열리기 전까지는 실제로 시인들이 어떤 걸 하는지 알 수 없어. 그래서 페이지를 가진 사람들은 이걸 시인으로 바꿔야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 중이지.

2막은 9월 25일에 시작해서 약 2주간 진행될거야. 가장 많은 시인을 가진 100개 한정 NFT인 오리진 포엣과 함께 리더보드에 올라가. 또한 365일 동안 매일 1개의 추가 오리진 포엣이 발매될 예정이지. 디스코드에서 진행한 AMA에 따르면 페이지를 사용하면 시인에게 단어가 주어지고 새로운 이름을 부여할 수 있다고 해. 하지만 정확이 이게 무슨 말인지 AI가 어떤 방식으로 단어를 사용하는지는 3막이 되어야 알 수 있겠지만.

디지털 인간은 인간일까?

표면적으로 팍의 작품이 각광을 받는 건 미스터리한 기대 심리 때문일거야. 이미 가격이 천정부지임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더 발전할 콘텐츠가 많다는 것과 콘텐츠가 열릴 때마다 팍 특유의 신선한 충격을 주는게 가격에 가장 큰 영향을 주고 있겠지.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모르겠지만 어찌됐든 기존의 홀더에게 충분한 가치를 전달하고 있으니까.

하지만 궁극적으로 팍의 작품이 이유는 디지털 안에서 단일화된 세계관을 끌고가고 있다는 이유일거야. 더 펀지블 콜렉션을 통해 파편화되어 세상에 나왔던 조각이 로스트포에츠를 만나 디지털 인격체로 발전하고 있는 과정이지. 아직까지의 로드맵으로는 이 인격체의 한계가 어디일지 어떤 발전 과정을 겪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야. 하지만 지금까지 팍이 AI를 활용해 다양한 데이터를 처리하는 디지털 객체를 만들었다는 걸 감안했을 때 이번 로스트 포에츠에서의 시인들이 보여줄 인격의 품위가 궁금해지는 것도 사실이야.

누군가는 의아하게 느낄거야. “아니 왜 자꾸 AI가 삽입된 NFT에 인격을 운운하는 거지”라고 말야. 나는 팍의 작업이 디지털 안에서의 인격을 구현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해. 인간의 형상을 본 떠 인간의 데이터로 지능을 형성한 AI가 블록체인이라는 공간에서 영원히 자생적으로 존재할 때 이 존재에게 인격이라는 수식어 외에는 어울리는 단어가 없다고 생각하거든. NFT를 통해 인간과 AI가 공존하는 세상이 한 발짝 더 가까이 온 건 아닐까 상상해보게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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