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어가 파티를 준비하게 된 과정

아곤
6 min readNov 6, 2018

올해 7월 30일은 이더리움 3주년이었습니다. 그 때쯤 저는 막 “비트코인 현상, 블록체인 2.0” 세션을 끝내고 뭘 할까 고민중이었습니다. 마침 식사를 하다가 찬현이가 “그럼 같이 이더리움 3주년 파티 하면 어떨까요"라고 제안했습니다. 찬현이는 Seoul Crypto Club이라는 밋업 그룹 운영자 중 한명이어서 어차피 이더리움 3주년 파티를 열 예정인데 그걸 같이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세션을 개최했던 이노스페이스에서 파티를 열게 되었습니다.

솔직히 로어가 한 것이라고는 원녕형을 통해 이노스페이스를 대관하고 맥주를 사온 정도였습니다. 로어 채널을 통해 홍보도 했지만 반응도 별로 시원치 않았고 프로그램이나 예산, 참석 여부 확인과 같은 다른 준비도 거의 안 한채 최대한 간단하고 생각없이 파티를 열었습니다. 그래도 이더리움 3주년이라는 타이틀이 덕분에 30명이나 참석을 했습니다. 파티 진행이나 네트워킹 세션의 참여 정도를 보았을 때는 아쉬운 점이 많이 남았지만 그래도 이 정도 노력한 것치고는 꽤나 성공적이라고 볼 수 있는 파티였습니다.

시즌 2 “트루스 머신" 세션을 진행하면서 다시 한번 파티를 열어보자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세션을 마치는 시점이 비트코인 10주년인 10월 31일과 비슷한 시기이니 이에 맞춰 파티를 진행해 보자는 것이었습니다. 파티에서 사람을 만나는 걸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써 로어의 이름으로 비트코인 10주년 파티를 열 수 있다면 굉장히 보람찬 일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 나아가 파티를 통해 많은 사람에게 비트코인을 소개할 수 있다면 로어가 추구하는 방향과도 일치한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세션 일정을 조율하고 파티를 개최를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파티에서 참여자가 활발한 네트워킹을 통해 의미있는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이를 유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중요합니다. 따라서 파티 개최를 결심하고 제일 먼저 한 고민도 “어떤 프로그램을 제공할까?” 였습니다. 이런 고민을 하던 도중에 주말에 상빈형과 같이 달리기를 하고 잠실 하동관에서 설렁탕을 먹었는데 그 때 상빈형이 파티를 위해 비트코인을 연상시킬 수 있는 게임을 만들자고 제안했습니다. 게임을 통해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서로와 대화를 나누고 비트코인에 대해서도 알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이 아이디어에 동의했고 서로 설렁탕을 먹으면서 어떤 게임을 만들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처음 나온 아이디어는 “Who is Satoshi?” 즉 “사토시를 찾아라” 였습니다. 비트코인의 창시자인 사토시와 둘러싼 미스터리를 두고 비트코인 10주년을 맞아 사토시의 정체를 밝히는 게임을 만들자는 이야기였습니다. 이 게임의 아이디어는 약간 마피아와 도둑 찾기를 섞어 놓은 듯한 형태였습니다. 즉 참여자 중 한 명을 사토시로 정하고 다른 모든 참여자가 몇 가지 힌트를 통해 사토시를 찾는 형태를 제안한 것입니다. 마침 그 날이 할로윈이기도 하니 사토시로 분장하고 사람들이 참여하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도 나왔습니다.

하지만 이 아이디어에는 몇 가지 문제가 있었습니다. 이러한 게임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서로 대화를 나누고 누군가를 지목해야 하는데 사람의 수가 증가할수록 진행이 어려워집니다. 우선 처음 본 사람이 많은 공간에서 과반수 이상이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고 가정하기가 어렵습니다. 물론 상품을 제공하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사람이 생길 수는 있지만 대화에서 소외되고 흥미를 잃는 사람이 늘어난다면 파티의 재미도는 급격히 떨어질 것입니다. 또한 라운드마다 사토시를 지목한다고 했을 때 각각의 참여자의 의견을 취합하는 문제나 마지막까지 사토시를 감추는 문제 등 여러가지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결론적으로 오픈된 형태의 대화로 진행되는 게임을 적용하기 위해서 어떤 룰세팅을 해야하는지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것입니다.

그래서 게임 디자인을 위해 로어 멤버 전체가 모여 회의를 했습니다. 이 회의를 통해 나온 아이디어가 바로 “Find Satoshi’s Wallet” 즉 “사토시의 숨겨진 지갑을 찾아라"라는 게임입니다. 이 게임의 디자인은 방탈출을 모티브로 삼았습니다. 힌트를 통해 사토시의 지갑의 번호를 찾는 것입니다. 이 경우 정답과 자신의 답을 대조하기 쉽기 때문에 개인이 힌트를 가지고 답을 유추하는 것도 마지막에 정답을 공개하는 과정도 훨씬 쉬워집니다. 따라서 이전 게임보다 다수가 참여하는데 더 적합한 형태의 게임이라고 판단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아이디어 마저도 하나의 문제가 있었습니다. 바로 사람들이 서로 교류할 유인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게임의 중요한 목적 중 하나가 서로 대화를 활성화 시켜서 자연스런 네트워킹 기회를 만드는 것이었는데 개인의 숫자에만 집중하는 게임이다 보니 서로 대화할 이유가 없어진 것입니다. 그 때 원녕형이 “그럼 트레이딩 시스템을 넣어보자"라고 제안했습니다. 다시 말해 사람들끼리 번호를 교환하도록 유도하고 트레이딩 센터를 더해서 사토시 지갑을 갖지 않은 사람도 계속 게임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또 Trap Code와 Mirage Code를 더해서 지속적으로 트레이딩을 할 유인을 제공하게 되었습니다. 이 모든 우여곡절 마침내 완성된 게임이 바로 이번 파티의 중심 프로그램인 “The Wallet Game”이 되었습니다.

물론 파티는 게임만으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마지막까지 파티를 즐길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 동욱형이 쏘카를 빌려 백방으로 뛰어다니면서 물품을 구매하고 데코레이션을 얻어 왔습니다. 그리고 파티를 시작하기 몇 시간 전부터 이를 설치하고 리허설을 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였기에 파티를 개최할 수 있었습니다. 돌아보면 진행이나 파티 준비에 있어서 아직 완벽하지 못한 부분도 많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게임을 통해 비트코인을 기념하는게 신선하다는 반응을 보내 주신 걸 보면 성공적인 파티였다고 생각합니다. 이 모든 건 로어의 멤버와 파티를 도와주신 모든 분들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의미있다고 생각되는 건 로어가 팀으로써 공동의 프로젝트를 하나 마쳤다는 점입니다. 제게 있어 일을 하면서 가장 힘든 것 중 하나는 바로 외로움입니다. 나 말고 다른 그 누구도 내가 하는 일에 관심이 없다는 감정을 느낄때 가장 힘이 듭니다. 로어 세션을 준비하고 진행하면서도 제가 가장 많은 부분을 처리하다 보니 팀원들이 저만큼 일하고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습니다. 같이 만나서 이야기를 하면 힘을 얻기도 하지만 혼자 일을 한다고 느껴질 때면 외롭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번 기회를 통해 팀으로써 처음부터 끝까지 팀으로써 하나의 성과를 볼 수 있었다는게 저에게 있어 가장 큰 의미를 가집니다. 그 시작부터 끝까지 서로의 이야기가 어우러져 하나의 결과물을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파티가 끝났으니 이제는 일을 시작할 때입니다. 로어는 벌써 시즌 3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시즌 3를 준비하면서 가장 많이 바뀐 건 이전의 북클럽 아이디어는 제가 혼자 제시하고 진행했다면 이번 시즌 3를 준비하면서 우리는 팀으로써 함께 토의하고 아이디어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로어는 이제 하나의 팀으로 성장한 것입니다. 이번에 만들게 될 세션은 로어 코어 멤버 각자의 색이 온전히 반영되어 우리의 얼굴이 되리라 확신합니다.

시즌 3로 다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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