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C는 DAO 보고서를 발표한 이후 Plexcoin을 사기라고 규정하고 영업 중지 명령(Cease and desist order)을 내리는 등 규제의 움직임을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SEC 의장 Jay Claton은 성명을 통해 “아직 SEC에 등록된 ICO는 없음"을 상기하며 특히 투자 전문가들에게 DAO 리포트를 읽어 볼 것을 권고하였습니다. 이후 SEC는 “사실과 상황 그리고 경제적 현실"에 따라 ICO를 증권으로 간주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무법지 투기장과 같은 암호화폐 시장으로부터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SEC가 더 큰 규제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현재 ICO를 준비하고 있는 기업의 측면에서 보았을 때 새로운 규제는 달가운 소식일 수 없습니다. 신생 기업은 기업의 ICO가 언제 증권으로 분류되어 영업 중지 명령을 받을지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졌습니다. 물론 특정 ICO가 증권인지 여부를 판단하데는 Howey Test라는 기준이 있어 법적인 자문을 구할 수는 있겠지만 모든 기업이 70년간 지속된 증권법 논쟁을 확인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이 때문에 기업은 법적인 불확실성이라는 커다란 리스크를 떠안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법적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제시된 가장 대표적인 해결책이 Cooley에서 발표한 SAFT입니다. SAFT는 유틸리티 토큰(Utility Token)의 사전 ICO(pre-ICO)에 한정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전략입니다. 여기서 유틸리티 토큰이란 특정 체계의 구동이나 멤버십을 제공하는 토큰을 의미하며 이더리움(Ethereum)이 가장 대표적입니다. 사전 ICO(Pre-ICO)는 블록체인이 구동 가능한 메인넷(mainnet)이나 완벽한 네트워크가 구축되기 이전에 자금 조달을 위해 코인을 발행하는 행위를 의미합니다.
Cooley는 토큰의 성격에 따라 증권법이 적용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예를 들어 DAO 토큰의 경우 토큰의 발행 목적이 프로젝트 투자를 통한 이익 분배와 플랫폼의 토큰 거래를 통한 이익 실현이였습니다. 이 경우 토큰 발행 목적 자체가 투자를 통한 이익 실현(expect profit from investment)이기 때문에 SAFT를 적용해도 증권법의 규제를 피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Cooley는 완전 구동 가능한 유틸리티 토큰(Utility Token)이 타인의 노력을 통한 이익 추구(expect profit solely from the efforts of the others)에 의존하지 않기 때문에 Howey Test가 정한 증권의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합니다.
이 조항은이익 추구(expect profit)이라는 측면과 타인의 노력(solely from the efforts of the others)이라는 2가지 측면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익 추구의 경우 “소비의 주된 목적이 이익 추구를 위한 동기를 가지거나(consumptive desires predominate their profit-seeking motive)” “재판매 혹은 제 2시장의 판매를 위한 구매(buy a token expecting to profit merely from resale on a secondary market)”라는 조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그러나 구동이 가능한 유틸리티 토큰은 특수한 용도를 가지므로 주 목적이 토큰의 사용을 통한 체계 구동 혹은 멤버십 증명이라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물론 토큰의 가격이 상승으로 인해 이익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마치 장난감 레고를 샀는데 그 모델이 단종된 이후 가격이 상승해서 차익이 생겼다고 해서 이 레고의 판매를 증권으로 볼 수는 없는 것과 같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타인의 노력은 이익 실현의 주체가 투자자가 아닌 기업의 관리자 혹은 근로자에 있음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기업의 지분으로 발생한 수익은 기업의 관리자와 근로자가 생산을 통해 발생한 이익을 투자자가 나누어 받은 것이므로 증권에서 말하는 타인의 노력의 조건에 부합합니다. 그러나 탈중앙화 성격을 가진 유틸리티 토큰의 경우 토큰 가격은 온전히 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됩니다. 즉 이익의 실현이 타인의 노력이 아닌 시장에 의해 결정되므로 타인의 노력이라는 조건을 충족하지 못합니다. 결국 유틸리티 토큰이 완전 구동하면 증권법의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많은 기업이 상품을 개발하는 단계에서 사전 ICO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있습니다. 이 경우 네트워크가 구축되지 않은 상태이고 토큰이 기능을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ICO가 증권으로 간주될 소지가 높다는 것이 Cooley의 설명입니다.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SAFT는 ICO를 통한 자금조달부터 구동 가능한 네트워크 까지를 4단계로 나누고 있습니다.
- 개발자가 백서(whitepaper)를 발간하고 회사를 설립하여 인증된 투자자의 투자를 받는다.
- 계발자는 인증된 투자자(accredited investor)와 SAFT를 통해 토큰 제공을 약속한다.
- 계발자가 설립한 회사의 이름으로 네트워크와 상품을 개발한다.
- 회사가 네트워크를 구축하면 인증된 투자자에게 약속된 토큰을 제공하고 투자자는 토큰을 시장에 판매한다.
결론적으로 미국의 증권은 인증된 투자자에게만 판매가 가능하므로 SAFT라는 증권을 발행하여 투자자를 유치하고 개발자가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이후 기능이 완비된 토큰을 개인에게 공개하는 형식을 취함으로써 법적인 문제를 우회하는 방법이 SAFT입니다.
그러나 SAFT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습니다. 특히 Cardozo research에서 발간한 보고서는 4가지 측면에서 SAFT에 대한 비판하고 있습니다.
- 미국의 증권법은 명확한 법칙(Bright-line rule)을 제시하지 않는다.
- SAFT 때문에 토큰이 증권법에 저촉될 우려가 더 커질 수 있다.
- 사전 ICO 자체가 증권법에 저촉되는 것은 아니다.
- SAFT는 소비자의 권리를 해칠 수 있다.
우선 미국 증권법은 SEC에서 밝힌 것처럼 “상황과 상황 그리고 경제적 사실"에 따라 토큰의 증권 여부를 판단합니다. 그럼에도 SAFT는 모든 사전 ICO가 증권법에 저촉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두고 이를 기정 사실화 함으로써 토큰을 네트워크가 구축되기 이전과 이후로 나누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구분은 SAFT의 프레임워크가 임의적으로 설정한 기준이지 규제 당국의 기준이 아닙니다. 이러한 기준은 오히려 SAFT 때문에 토큰의 네트워크가 구축된 이후에도 해당 토큰이 증권으로 분류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할 수 있는 것입니다. 또한 SAFT를 발행 받은 인증된 투자자는 투자 제품으로써 단기적인 투기 수익을 조장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SAFT는 오히려 토큰 자체를 증권으로 규정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과연 SAFT가 ICO를 발행하는 정신에 부합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남습니다. ICO는 크라우드 펀딩과 같이 개인 투자자를 비롯한 모든 이에게 공정한 투자의 기회를 제공합니다. 그러나 SAFT를 따르게 되면 모든 프로젝트의 우선 투자권은 기관 투자자를 비롯한 인증된 투자자의 손에 쥐어지게 되고 일반 투자자는 기회를 박탈 당하게 됩니다. 실제로 Cooley의 대표인 Marco Santori는 Forbes와의 인터뷰를 통해 SAFT가 개인 투자자의 투자 기회를 박탈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명시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