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tlicense 이후의 뉴욕

아곤
4 min readJan 28,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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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글에서 설명해 드렸듯이 Bitlicense는 뉴욕 주에서 발표한 암호화폐 규제안이었습니다. Bitlicense가 발표된 이후 많은 거래소가 뉴욕을 떠나거나 뉴욕 주민에 대한 서비스 제공을 중지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하였습니다. 언론은 이 현상을 두고 “비트코인의 출애굽기”라고까지 부르고 있습니다. Coindesk의 기사에 따르면 신청 비용은 5천 달러에 불과하지만 절차가 너무 복잡하고 시간 소요가 길어서 Bitstamp의 경우 10만 달러 이상을 지불해야 했다고 합니다.

또한 뉴욕 주(NYDFS)에서 2017년 6월에 발표한 2016년 정기 리포트에 따르면 법이 공표된 후 약 2년이 지난 2016년말까지 “가상화폐 면허”를 허가 받은 업체는 총 5곳 뿐이었습니다. 이후 2017년에 미국 최대 규모의 암호화폐 거래소인 Coinbase가 Bitlicense를 허가 받았습니다. 규제안이 처음 발표되었을 때 면허를 신청한 기업이 22곳이 이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Bitlicense 승인이 얼마나 힘든 과정인가를 여실히 보여주는 수치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암호화폐 업계의 규모가 큰 거래소도 받기 힘든 면허를 새로운 신생 기업이 받는다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일 것입니다.

규제가 처음 제안 되었을 당시 NYDFS 책임자였던 Ben Lawsky는 소프트웨어 기술 개발 자체를 규제하는 것은 아니어서 혁신을 저해하고자 하는 의도는 없다고 해명하였습니다. 즉 기술과 화폐를 분리해서 규제를 적용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입니다.하지만 Bitlicense의 문구를 살펴 보았을 때 과연 당국에서 기술과 화폐의 분리를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 지에 대한 의문이 남습니다.

Coindesk의 최근 기사에 따르면 토큰을 통해 휴양지 시설 이용을 제공하는 Travel by Token(TBT)는 회사의 토큰을 발매하기 위해 많은 고초를 겪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회사가 토큰을 발행하면 이것이 “가상화폐 사업 행위(Virtual Currency Business Activity)”로 간주되어 규제를 받을 소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리플의 경우도 자체적인 송금 및 거래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2016년에 XRP II LLC라는 이름으로 Bitlicense를 받았습니다.

현재까지 많은 암호화폐 관련 기업은 ICO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이후 사용자가 플랫폼을 사용할 인센티브를 제공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ICO를 통해 토큰을 배포하는 행위가 “가상화폐 사업 행위”로 규정될 신규 기업의 자금 조달 방법이 어렵게 될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이더리움을 비롯해 플랫폼 유지를 위해 체계 내에서 유틸리티 토큰(Utility Token)을 사용하는 모든 기업이 규제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과연 인센티브 구조를 허락하지 않고 개발자의 소프트웨어 개발을 허락한다는 규제안이 무슨 의미를 가질 수 있는가는 한번 고민해 보아야할 문제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최소한 향후 몇 년안에 이 법안에 직접적인 변화를 기대하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Theo Chino라는 이름의 사업가는 2015년 10월에 Bitlicense를 공표한 뉴욕 주(NYDFS)를 상대로 소송을 시작하였습니다. 이 긴 소송은 2017년 뉴욕 주 대법원에서 NYDFS의 손을 들어 줌으로써 일단락이 내려진 상태입니다. 소송자 측은 항소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하였으나 결정을 번복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입니다.

현재의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많은 법 자문 회사가 대체안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 중 대표적인 예가 Cooley에서 진행 중인 SAFT project입니다. SAFT(Simple Agreement for Future Token) project는 미국의 엑셀러레이터 회사인 Y Comnibator가 크라우드 펀딩을 위해 개발한 SAFE(Simple Agreement for Future Equity) 모델에서 착안한 자금 조달 방안입니다. SAFE가 크라우드 펀딩처럼 미래의 주식이나 제품을 담보로 투자자가 선금을 지불하는 방식이라면 SAFT는 미래에 발행할 토큰을 담보로 투자자가 선금을 제공하는 방식입니다. 특히 유틸리티 토큰을 사용한 플렛폼 기반 서비스가 먼저 SAFT를 통해 자금을 받아서 서비스 출시 이후 토큰을 제공하는 방식을 취함으로써 pre-ICO(서비스 출시 이전의 ICO)에서 발생하는 법적인 문제를 해소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Bitlicense는 뉴욕 주에 암호화폐 산업에 큰 타격을 입혔다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암호화폐 기업에 기존 재정 서비스와 마찬가지로 엄중한 규제를 적용하였지만 암호화폐의 생태계를 고려하지도 토큰이라는 인센티브 모델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지도 못했습니다. 이 때문에 많은 기업이 이미 뉴욕 주를 떠났으며 신규 기업은 진입 장벽 때문에 뉴욕이 아닌 다른 시장을 찾아가는 상황을 초래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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