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은 끝 없는 시도의 한 해였습니다. 논스에서 공부를 시작할 때만 해도 제가 뭘 하고 싶은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던 상태니까요. 그래도 한 주에 한 번씩은 꾸준히 블로그를 남겼던 건 제가 살면서 한 일 중에 하나가 아닐까 싶네요. 쓰면서도 내가 뭘 쓰는지 모르겠다 싶은 때도 많았지만 어찌됐든 1년이 지나고 나니 남은 건 이 블로그 밖에 없군요.
블로그를 읽다가 이번 글을 통해 한 해를 정리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올해 했던 공부를 하나씩 적어 보았습니다.
- 암호학
: 비트코인을 진지하게 공부해야 겠다고 생각한 이후 가장 먼저 공부하기 시작한 학문입니다. 처음에는 그냥 SHA-256 해시 알고리즘이 뭔지 궁금해서 보기 시작하다가 공개키 암호학에 관련된 여러 논문을 찾아보게 되었네요. 솔직히 논문들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수학적인 지식 수준이 굉장히 높아야 하기 때문에 다 이해하지는 못했던 것 같아요. 그래도 1970년 대 공개키 암호학이 나올 시절에 사람들이 생각했던 중앙화의 문제점이나 새로운 대안 방법에서 많은 영감을 얻었습니다. 아래 영상은 공개키 암호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Ron Rivest의 강의 영상입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QOQ9b8STMec&t=2559s - 컴퓨터 공학
: 저는 문송한데다 기계치라 컴퓨터를 거의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어요. 컴퓨터로 클릭만 할 수 있고 구글에 검색만 할 줄 알면 컴퓨터 쓰는데는 문제가 없잖아요? 그런데 비트코인을 공부하려다 보니 이 놈의 시스템이라는게 어떻게 구성되고 프로토콜이 뭔지 서로 얘네들이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지 알아야 하겠더라구요. 그래서 인터넷 프로토콜 문서도 찾아보고 영상도 진짜 많이 봤네요. (그럼에도 시스템은 아직도 어려운 것 같아요.) 아래 영상은 인터넷의 역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입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oNUl_9ZYA6w - 청문회
: 처음으로 국회 방송 같은 걸 봤던 것 같아요. 그러고 보니 제가 제일 처음 적었던 글도 청문회 번역본 이었군요. 한 번도 정부가 쓸모있다는 생각을 해 본적이 없었는데 청문회를 보면서 “아 그래도 생각있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이구나"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암호화폐에 관련된 건 2013년 Andreas Antonopoulos의 캐나다 공청회와 2017년 미 원의 “Examining the Cryptocurrency” 내용이 제일 좋았던 것 같아요.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xUNGFZDO8mM&t=5585s
https://financialservices.house.gov/calendar/eventsingle.aspx?EventID=403178 - 법
: 올해 1분기는 그냥 법만 공부했다고 보면 되겠네요. 미국 FinCEN Guideline에서 시작해서 자본금융법까지 한 번 쭉 훑었으니까요. 법을 공부했던 게 나중에 인터넷의 프로토콜 문서나 시스템을 보는데도 많은 도움이 됬던 것 같아요. 또 실제로 스마트 컨트렉트는 계약법을 이해하지 않고는 제대로 알기 힘든게 사실이니까요. 맥락이나 상황은 다를 수 있지만 생각의 흐름이 비슷한 게 많은 것 같아요. 만약에 저보고 변호사를 하라면 클라이언트고 뭐고 그냥 망할 것 같기는 하지만… 아래는 DAO 사태가 벌어졌을 때 변호사들이 모여서 나눈 토론 내용입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Swdb-Z_4JmI - 오픈 소스
: 인터넷 시스템의 자유와 탈중앙화를 말하면서 오픈 소스의 발전을 모른다는 건 흘러다니는 남의 말을 앵무새처럼 따라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인터넷이 어떻게 발전했고 왜 탈중앙화에 대한 문제가 나오고 있는지, 비트코인과 블록체인이 탈중앙화와 무슨 관련이 있는지를 이해하려면 해커들과 프로그래머가 뒤엉킨 오픈 소스의 역사를 이해할 필요가 있지요. 아래는 오픈 소스의 역사를 다룬 다큐멘터리입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vjMZssWMweA - 코딩
: 올해 가장 부족했던 부분이라고 생각하는데요. 몇 개의 프로젝트를 하긴 했는데 끝내진 못했군요. 원래는 이 웹사이트를 만들어서 블로그를 옮길 생각이었는데… 음…. 언젠간 하겠죠? 요즘 동영상을 만드려고 Primier 강의도 들었는데 결국 편집을 제대로 못 하는 걸 보면 엔지니어는 죽었다 깨어나도 안 되려나 봐요. 그래도 내년에는 한번 더 코딩에 도전해볼 생각입니다. 아래 링크는 Javascript를 배울 때 봤던 영상입니다.
참고: https://watchandcode.com/ - 북클럽
: 올해 2, 3분기에는 북클럽을 하면서 보냈네요. 비트코인 현상, 블록체인 2.0이라는 책과 트루스머신으로 비트코인, 암호화폐, 블록체인에 관련된 사건을 읽고 토론을 하는 시간을 주최했습니다. 이제 생각해 보면 아직 부족한 점이 많아서 그만두게 되었지만 북클럽을 통해 정말 많은 걸 배웠다고 생각해요. 남이 써 놓은 글을 읽고 코멘트를 남기는 것보다 자신이 글을 쓰는게 훨씬 더 어려운 것처럼 하나의 프로젝트를 진득하게 진행한다는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깨달았으니까요. 그리고 결국은 북클럽을 통해 지금의 팀원을 찾았고 아직까지 Lore를 이어가고 있으니 올해 최대의 성과가 아닐까 싶네요. 아래는 책 링크입니다.
참고: http://book.interpark.com/product/BookDisplay.do?_method=detail&sc.saNo=001&sc.prdNo=268359876&gclid=CjwKCAiA9qHhBRB2EiwA7poaeN4g2on_yHVJEhJzj0Z7PympHWRdYh54XbkAVSXo9nCBpt2-4_tDKBoCcOIQAvD_BwE&product2017=true
http://www.yes24.com/24/goods/59524253 - 운동
: 공부 뿐 아니라 올해는 많은 육체적 활동도 시작했습니다. 대표적인 게 자전거, 달리기, 춤인데요. 자전거는 전에 정열이가 소개해 줘서 타기 시작해서 매일 아침 출퇴근을 자전거로 할 정도로 재미가 붙었어요. 지금은 겨울이라 못 타고 있지만 봄이 되면 다시 타보려고요. 달리기는 성우형이 초대해 줘서 주말마다 했는데 이것도 봄에 다시 시작하면 좋겠네요. 춤은 원래 배우려고 매번 말만하다가 올해 되서야 드디어 배우고 있네요. Bochata와 Salsa를 배우고 있는데 내년 3월 쯤에는 대회도 나가볼 생각이에요. 물론 그 때까지 열심히 배워야 겠지만요. 아래 링크는 성우형의 브런치입니다.
참고: https://brunch.co.kr/@kimsungw13/1 - 명상
: 올해 9월의 마지막은 10일간 명상을 하면서 보냈는데요. 그 이후 매일 최소 한 시간은 명상을 하고 있어요. 명상을 하게 되면 많은 생각이 떠오르기도 하고 몸의 구석구석이 아프거나 온 몸이 간지럽기도 해요. 그래서 한 시간을 다 못 채우고 자리에서 일어날 때도 있지요. 그래도 다시 앉아서 호흡에 집중하다 보면 생각이 맑아지고 필요없는 일들을 내려놓게 되는게 있어요. 마음이 조급해지거나 외로움이 밀려올 때 그리고 앞을 몰라 두려울 때 명상할 때의 차분함이 나를 진정시키기도 하고 선택의 기로에서는 한 번 더 생각을 해볼 여유를 잘못된 선택에 대해서는 자책의 시간을 줄여줘서 좋아요. 매일매일 감사한 마음이 들게 해주는 것 같아요. 아래 링크는 위빳사나 10일 명상코스 링크입니다.
참고: https://www.korea.dhamma.org/ko/
음 대충 이정도로 정리할 수 있겠네요. 정말 많은 일이 있었던 것 같은데 막상 정리해 보니 그렇게 많지도 않군요. 그래도 앞으로 할 일이 많으니까 뭐 이걸로 된 걸까요.
앞으로 미디엄은 공부를 정리한 내용보다 매일매일의 일상을 끄적이는 용도로 쓰게 될 것 같네요. 올해 가지고 싶은 습관 중에 매일 일기쓰기가 있거든요.
지금보다 더 혼잡한 글들이 올라올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본다는 건 제게 참 많은 도움을 주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