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을 정리하며

덕후학교를 운영한 지 벌써 1달이 지났습니다. 어떻게 지나간지도 모를 정도로 다사다난하고 정신 없는 시간이었죠. 예상 인원인 30명에 1/4 수준인 8명이 신청했기 때문에 6개의 프로그램을 폐강했습니다. 이러한 결정에 실망한 2명의 리덕이 나가서 11월 12월 프로그램을 모두 대체해야 했죠. 그리고 1명의 입덕이 프로그램 변경을 이유로 그만두었고 2명의 11월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싶다는 입덕 2명을 추가로 받았습니다.

결국 비즈니스 모델 설정이나 홍보의 영역에서의 실패를 인정해야 했고 앞으로 지속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파악했습니다. 덕후학교 1기는 그대로 진행해야 겠지만 2기 준비를 시작해야 하는 입장에서 고민해야 할 문제를 적어내려봅니다.

1. 조직구조

덕후학교는 제가 운영하는 살롱에드할(주식회사 건웅)과 예비 사회적 기업인 관악청년문화예술네트워크가 50:50의 수익을 기준으로 시작한 프로젝트 였습니다. 따라서 조직 구조도 2개의 조직이 함께 움직이고 결정을 내리는 형태였죠. 명확한 의사 결정 구조도, 업무 시간도, 책임과 역할에 대한 정의도 없는 상태였죠. 올해 3월부터 5월까지는 실랑이를 벌이는데만 시간을 보냈던 것 같습니다.

이제는 제가 키를 잡고 덕후학교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모든 결정은 제가 내리고 업무 분배도 제가 하고 있죠. 가장 큰 문제는 관악청문넷 사업이 바빠지면서 말그대로 거의 제가 혼자 운영을 하는 상황이 자꾸 발생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내년에 들어가기 전에 가장 처음으로 손봐야할 문제는 의사 결정 구조를 명확히 하고 지분율로 표시해서 서로의 책임과 역할을 잡는 부분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2. 브랜딩

“덕후"와 “학교"에서 오는 허들이 존재합니다. 덕후학교의 취지는 “놀다 지쳐 잠들라"인데 덕후학교라고 했을 때 “덕후들이 오는 곳 아니야?”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니까요. 아직까지 “학교"라는 단어와 자연스럽게 연상이 드는 “배우는 곳" 혹은 “수업을 듣는 곳"이라는 이미지를 탈피하기에는 시간도 부족했고 보여지는 이미지도 부족했던 것이겠지요.

그리고 덕후인 “리덕"의 능력에 브랜딩 초점을 맞춘데 비해 이들을 설명하는 문구가 빈약합니다. 커리큘럼 설명도 신청이 다 이루어진 이후에나 올라갔고 리덕의 대단함을 표현하는 캐치 프레이즈도 아직은 이목을 잡지 못합니다. 예를 들어 트레바리나 탈잉, 클래스101의 경우는 강사의 경력과 학력 그리고 경제력으로 캐치 프레이즈를 정합니다. 그런데 덕후학교는 특성상 이러한 문구가 효과적이지 못합니다. 따라서 우리만의 리덕 브랜딩 방법을 고민해야 하는데 아직 이러한 부분이 부족했던 것입니다.

2. 가격

덕후학교의 3개월 12주 프로그램 가격은 33만원입니다. 가격 산출 기준은 타 커뮤니티의 3달 참여 비용이 30만원 정도라는 점과 통계 상으로 나타나는 원데이 클래스의 적정 가격인 1회 2만 5천원의 비용을 반영하여 책정한 금액입니다. 엄밀히 따지고 들어가자면 3개월에 33만원은 비싼 비용이 아닙니다. 타 커뮤니티에 비해서 참여 횟수도 훨씬 많고 커뮤니티에서 제공하는 혜택도 훨씬 크기 때문이죠.

하지만 가격에 객관성은 없다는 걸 배웠습니다. 소비자가 비싸다고 느끼면 비싼 겁니다. 특히 덕후학교의 주요 타겟층은 여가 생활을 즐기고 싶은 20대 중후반에서 30대 초반까지의 사람입니다. 이들은 불확실한 가치를 가진 상품에 지불을 하지 않습니다. 브랜딩 측면에서도 “논다"를 정확히 표현하지 못한 상태에서 가격마저 비싼 덕후학교를 진짜로 구매할 사람은 거의 없었던 것이지요. “노는 커뮤니티"에 들어오는데 33만원은 너무 비싼 가격입니다.

가격의 문제는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줍니다. 모든 프로그램에 전문 강사인 리덕을 배치하는 지금의 인건비 구조에서는 가격을 낮추는 건 불가능합니다. 퀄리티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인건비를 올려야 하는 구조로 발전해야 하죠. 그렇다면 가격을 낮추기 위해서는 포함되는 상품의 패키지를 전면적으로 재구성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4. 리덕

덕후학교의 취지는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이기에 리덕에게도 커뮤니티를 제공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모든 리덕을 모아 4주 동안 교육을 진행했고 이들의 의견을 최대한 수용하고자 했죠. 하지만 우리는 리덕에게 리덕이 원하는 것을 주기 보다는 우리가 줄 수 있는 걸 주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형태는 달라도 리덕은 강사입니다. 이들은 자신의 재능을 제공하고 돈을 벌거나 미래의 수익을 창출하는 기회를 얻는게 중요합니다. 리덕에게 있어 커뮤니티성이란 일종의 복지와 같습니다. 일을 하는데 복지는 중요한 요소지만 일터를 정하는데 결정적인 요소는 아닙니다. 덕후학교가 추구했던 리덕의 커뮤니티성은 부차적인 요소에 집중한 나머지 리덕의 브랜딩과 명확한 업무 관계라는 본질을 놓치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리덕을 늘린다는 건 그만큼 덕후학교의 관리 리스크가 상승한다는 걸 의미합니다. 아직 1기를 돌리고 있는 입장에서 9명의 리덕은 너무 큰 리스크를 지고 간 셈이지요. 어쩌면 8명의 리덕이 나갔다는 것(그 중 11월 리덕은 원래 폐강하기로 했던 사자로 다시 대체하긴 했습니다만)은 그만큼 우리가 관리할 역량이 되지 않으면서 일을 크게 벌였다는 질책을 결과로 받아들인 것이라 생각합니다. 앞으로 리덕을 뽑을 때는 더 명확하게 이들에게 줄 것과 받을 것을 명시하고 철저하게 리덕이 필요한 부분을 충족하면서 관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겠습니다.

5. 입덕

입덕의 입장에서 덕후학교는 너무나 큰 희생을 요구합니다. 3개월은 굉장히 긴 시간입니다. 그리고 매주 토요일을 할애한다는 건 꽤나 어려운 결정이지요. 그런데 덕후학교는 결제를 하면 “너의 토요일을 모두 내놔라"라고 요구합니다. 물론 그만큼의 가치가 있다는 걸 인지하면 그렇게 할 수도 있겠지만 이는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아직 설득력이 부족한 상태이지요. 다음 프로그램 구성에서는 입덕에게 요구하는 참여의 허들을 대폭 낮출 생각입니다. 원하는 사람은 매주 오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반영해야 할테니까요.

6. 결론

11월과 12월이 남았습니다. 프로그램마다 참여하면서 최소한 좋은 서비스를 만들 발판은 마련했다고 느낍니다. 참여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리덕과 대화하면서 제가 바랬던 커뮤니티성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느낌은 받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아직은 멀었습니다. 다음을 도약하기 위해서는 많은 고민과 노력이 필요하겠지요. 그래도 끝날 때까지는 끝난게 아니니 계속 앞으로 나가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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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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