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우처 제작회의

아곤
3 min readJan 19, 2019

--

금요일에 휴가를 냈기 때문에 오전부터 논스 코워킹에 앉아 스크립트를 작성했습니다. 밤까지 쉬지 않고 썼지만 어딘가 마음에 들지 않아 처음부터 다시 쓰고 또 다시 쓰고 하느라 결국 한 편을 다 쓰지 못했습니다. 스티브 잡스가 미친 영향이 현재 애플의 위기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 그리고 이를 어떻게 극복하고 있는지에 대한 내용이었는데 생각보다 쓰는게 쉽지 않았습니다. 밤에 회의를 들어가기 전까지 다 끝내고 싶었지만 결국 끝내지 못하고 회의에 들어가게 된 것입니다.

한 주를 마무리하면서 상빈, 원녕형과 오랜만에 또 깊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서로 몇 가지 아이디어를 실험하고 있고 컨텐츠를 쌓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하지만 다들 직장이 있다 보니 여기에만 매진할 수 없는 상태입니다. 특히 원녕형은 요즘 맡은 프로젝트 때문에 엄청 바쁜 상황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매주 시간을 쪼개 가면서 작업을 하는 걸 들으면 마음이 짠하면서도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곤 합니다.

만나서 서로 화기애애하게만 이야기한 건 아니었습니다. 상빈형이 먼저 우리가 지금 가지는 가장 큰 문제점에 대해 지적했으니까요. 퓨우처라는 채널이 정확히 뭘 하는지 채널인지 설명하기가 어렵다는 것이었습니다.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건 맞는데 딱 우리의 중심을 잡을 수 있는 컨텐츠가 없으니까요. 그래서 다들 뉴스도 보고 저 같은 경우 기업 분석도 하고 있지만 과연 진정으로 퓨우처가 추구하는 컨텐츠가 잡혀있지 않다는 지적이었습니다.

그래서 대안을 제시한 게 우리 주변 사물의 미래를 상상해 보는 것이었습니다. 우리 주변에는 많은 도구들이 있지만 정작 이것의 존재감에 둔감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이러한 도구들도 모두 발명한 사람이 있을 겁니다. 누군가가 살면서 느꼈던 문제점에 대해 고민을 했을 테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도구를 개발했을 테지요. 현재를 사는 우리는 그러한 고민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저는 이 이야기를 듣고 큰 충격에 빠졌습니다. 정말 생각해 보니 저는 제 주변의 사물에 대해 아무런 느낌도 가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나름대로 진취적인 생각을 가지고 세상의 여러 부조리를 고치겠다고 생각했지만 제 주변에서 무언가를 시작하겠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바로 제 앞에 있는 것의 불편함과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도 모르는데 어떻게 보이지도 않는 큰 무언가를 바꿀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앞으로 퓨우처는 주변 사물을 중심으로 미래를 그리는 이야기를 연재해 나갈 예정입니다. 처음으로 생각한 건 내복입니다. 겨울이 되서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내복을 입는 경우가 많은데 내복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실제로 저는 피부가 좋지 않고 더우면 귀찮기 때문에 내복을 입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 같은 사람도 입는 내복을 개발하는 사람이 있는지 또 어떤 기술을 도입하고 있을지 궁금해졌습니다.

이건 다른 말로 하면 지금까지 했던 모든 프로젝트를 엎겠다는 이야기입니다. 당장 오늘 하루 죙일 했던 스크립트도 우선 나중으로 보류하겠지요. 그럼에도 저는 뚜렷한 방향성이 생겨 너무나 즐겁습니다. 제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아이디어가 채택되는 것보다 퓨우처라는 공동의 프로젝트가 앞으로 나갈 방향이 생긴게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한번도 해보지 않은 영역의 리서치라 찾는게 쉽지 않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차근차근 해나가다 보면 발상의 전환의 기회가 될 것 같아 벌써부터 설레이네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