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립토펑크가 비싼 진짜 이유

아곤
7 min readSep 11,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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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스퀘어에 전시된 NFT

뉴욕 타임스퀘어에 크립토펑크가 올라온 모습

크립토아트 시장을 이야기할 때 가장 자주 회자되는게 크립토펑크야. 크립토펑크는 총 1만 개의 24 x 24 픽셀 캐릭터 아트지. 2021년 4월 기준 1년 간 약 8천 건의 펑크 거래됐고 평균 판매가는 3천만원이 넘어. 최근에는 카드 회사인 비자(Visa)에서도 1억 5천만원에 펑크를 하나 샀지. 크립토펑크 발매사인 라바랩스는 펑크를 통해 65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해.

크립토 펑크가 나온 이후 캐릭터 NFT는 하나의 문화가 되버렸어. 만 개씩 캐릭터를 발매해서 NFT 캐릭터를 활용하는 프로젝트가 엄청 많아졌거든. 펑크를 가진 사람은 크립토 커뮤니티 안에서 지위가 매우 높아. 펑크를 프로파일로 설정해서 디스코드나 인터넷 커뮤니티에 들어가면 다들 “이거 찐임?” 이렇게 물어보지. 롤렉스 시계나 람보르기니처럼 최고 갑부의 상징이야.

그런데 크립토펑크를 누가 만들었을까? 그리고 사람들은 왜 펑크에 열광할까? 크립토펑크의 성공 방정식은 무엇 이었을까?

1. 크리에이티브 아티스트 라바랩스

Gurk II by Larva Labs

크립토펑크를 만든 라바랩스의 매트와 존은 개발자 출신이야. 2005년 미국의 휴대폰 회사인 T-mobile의 소프트웨어를 개발했고 2009년 안드로이드가 출시된 후에는 CRPG 게임을 만들었지. 이후에도 3D 레이싱 게임을 비롯해서 모바일과 웹에서 꾸준히 제품을 출시했어. 이들이 디지털 캐릭터로 크립토아트를 만든 건 10년에 걸친 경험 덕분이야.

Larva Labs Cryptopunks

라바랩스는 2016년 12월에 게임 개발을 위한 캐릭터 알고리즘을 만들어. 원래 이 알고리즘은 다음에 출시할 게임 캐릭터를 위해 만들었다고 해. 근데 캐릭터의 특징이 다양해서 게임에 쓰기 애매하게 느꼈나봐. 그래서 캐릭터에 고유성을 부여하기 위해 캐릭터마다 이더리움 토큰을 발행하는 방법을 고민하지. 그 때까지만 해도 이더리움에는 NFT를 발행하는 기준이 없었어. 지금도 NFT의 기술 표준으로 알려진 ERC-721이 나오기 전이었으니까. 여러가지 방법을 시도하다가 각 캐릭터를 ERC-20으로 발매해. 캐릭터 자체에 거래를 추적할 수 있는 기능을 포함시켜서.

코드를 활용한 생산 방식은 크립토펑크를 돋보이게 만든 중요한 요소야. 게임 유저라면 잘 알겠지만 캐릭터를 생성할 때 얼굴 형태나 머리 색깔, 아이템을 고를 수 있잖아? 크립토펑크도 코드를 이용해 각 캐릭터의 형상을 정할 수 있는거야. 여기서 한발 더 나가서 각 아이템에 희소성(rarity)를 부여할 수 있어. 따라서 한 작품이 다른 작품보다 더 희귀하다는 걸 표현할 수 있는거지. 이런 희소성은 수집욕을 자극하고 가격을 책정하는 기준이 되어주기도 해.

아쉽게도 크립토펑크의 원본 소스코드는 공개되어 있지 않아. 하지만 깃헙(Github)에 크립토펑크를 만드는 코드를 정리한 자료가 있지. 얼굴, 입, 눈, 귀, 수염, 헤어스타일 변경부터 희소성을 계산하는 방식까지 모두 나와 있어. 이것만 잘 활용하면 너도 언제든 크립토펑크와 같은 캐릭터 NFT 아트를 만들 수 있지.

2. 크립토펑크가 만드는 새로운 펑크 문화

최초의 싸이퍼 펑크이자 크립토 아나키스트, Timothy C. May

“펑크”는 1980년대 있었던 사회 문화적 현상이야. 권위에 대한 반발, 젠더 평등, 소비주의 회의와 같은 저항 정신을 담고 있지. 펑크는 펑크록이나 패션과 같은 문화적 현상으로 발전했어. 구조적으로 불평등을 야기하는 사회 시스템에 대해 “엿이나 먹어라"는 전위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주기도 하지.

인터넷과 비트코인의 발전도 펑크 문화와 연관성이 있어. 1990년 대 인터넷을 만든 주역들은 싸이퍼펑크라는 이름으로 비밀리에 활동했거든. 그들은 이메일로 소식을 주고 받으면서 코드를 적어나갔지. 지금 인터넷의 기반이 되는 HTTPS나 SSL, TLS와 같은 프로토콜은 싸이퍼펑크의 영향을 받아 탄생했어. 또한 사토시 나카모토의 비트코인은 싸이퍼펑크가 개발하던 디지털 캐시에 연장선상에 있지. 다시 말해 펑크의 정신은 인터넷으로부터 비트코인까지 암호화폐와 크립토 정신에 큰 영향을 주고 있는 셈이야.

RTFKT Studios Punk Project

크립토펑크는 싸이퍼펑크의 문화를 예술적으로 계승하고 있어. 초기 인터넷 게임을 연상시키는 이미지의 모습 자체 뿐만 아니라 코드로 만들여졌다는 사실 덕분이지. 뭐니뭐니해도 캐릭터라는게 인상적이야. 캐릭터는 나의 본모습, 얼굴을 가려주는 역할을 해줄 수 있는 거잖아. 비밀리에 활동해야 했던 싸이퍼펑크들에게 필요한 가면 역할을 해주는 거지.

문화 코드의 관점에서 크립토펑크를 한국의 뉴트로와 비교해 볼 수도 있을 것 같아. 뉴트로는 70년대에서 90년대까지의 옛 감성을 현재의 모습으로 재해석한 거잖아? 크립토펑크도 80년대부터 이어져온 펑크 문화의 현대적 재해석이라고 볼 수 있어. 펑크 문화의 최선봉에 있는 암호화폐(크립토) 업계에서 원조(OG)의 정취를 느끼는 캐릭터가 나온거지.

3. 커뮤니티 NFT

Cryptopunk NFT Drop Tweet

2017년 6월 라바랩스는 트위터를 통해 크립토펑크 런칭을 발표해. 이 때 모든 펑크를 무료로 배포하지. 나중에 팔 1천 개만 빼놓고 말야. 당연하게도 반응은 폭발적이었어. 8600개의 펑크가 20시간 만에 주인을 찾아가. 그래서 라바랩스는 자신들이 가지고 있던 1천개 중 몇 개를 팔기 시작해. 가격은 10달러에서 50달러 100달러 계속 올라갔지. 뭐 물론 이 때 펑크를 공짜로 받은 사람은 지금 최소 1억에서 수백억까지 벌었겠네.

Real Cryptopunks

크립토펑크에 대한 열기는 조용하지만 빠르게 퍼져나가. 사람들이 자신의 트위터 프사를 펑크로 설정하기 시작하거든.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말이야. 그리고 펑크를 보고 크립토 업계나 해외 셀럽과 같은 유명인과 비교하는 짤을 올리기도 하지. 2017년도에 크립토펑크를 알 정도면 소유자도 크립토 업계의 유명인일 확률이 높았어. 그만큼 다양한 정보를 알고 있는 사람이었을테니까. 따라서 그들의 프사에 크립토펑크가 노출되는 건 크립토 업계에 자연스러운 홍보 효과를 만들어내지.

그러다가 2020년 이후 NBA 탑샷을 비롯한 NFT에 대한 관심이 커지자 크립토펑크의 인기도 함께 오른거야. NFT 크립토아트의 OG겪으로 말이지. 이후에는 실리콘벨리의 투자자, 유튜버, 심지어는 포커 플레이어도 크립토펑크를 사기 시작해. 크립토 업계에 새로 진출할 때 나의 지위를 돋보일 수 있는 최고의 명품이 됐으니까.

크립토펑크의 성공 방정식

미국 유튜버 로건폴, 70만 달러의 크립토펑크 판매 오퍼 거절

크립토펑크의 성공 방정식은 뭘까? 4가지로 정리해볼게.

  1. 코드를 활용해 고유성과 희소성을 부여했다.
  2. 인터넷의 펑크 정신을 계승했다.
  3. 커뮤니티에 대대적으로 NFT를 뿌렸다.
  4. NFT를 받은 사람들이 업계 유명인이었다.

라바랩스가 의도했던 건 아니지만 펑크의 성공은 마케팅 관점에서 주목할 요소가 많아. 특히 대대적인 커뮤니티 NFT 드롭이나 셀럽 드롭은 지금도 대부분의 NFT 프로젝트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마케팅 기법이야. 잘 만든 작품도 안 팔리면 슬프잖아? 커뮤니티 참여자가 늘어날수록 희소성에 의한 가치가 상승하는 NFT 아트의 특성을 고려하면 커뮤니티를 마케팅의 리소스로 활용하는 건 정말 중요한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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