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만 더 천천히

아곤
3 min readJan 7, 2019

--

오랜만에 논스에 다녀왔습니다. 크립토 업계에 매서운 겨울이 그대로 불어닥쳐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지요. 다들 너무나 열심히 일하면서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안쓰러웠습니다. 여러가지 이유 때문에 한 발자국 떨어져서 도울 수 밖에 없는 입장이라 더 마음이 무겁습니다.

우리는 모두 시련의 과정을 겪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주변을 둘러보기 더 힘든 경우가 많지요. 하지만 함께 눈길을 헤쳐나가야 하는 상황에서 뭉치지 못한다면 우리는 그 언제도 함께하지 못할 것입니다. 지금은 일단 모든 걸 내려놓고라도 앞으로 가는 일만 생각해야 할 때라고 봅니다.

주리 누나와 세진님을 만나서 허심탄회하게 많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서로 살아가는 이야기 커뮤니티를 하는 이유 그리고 앞으로 사람들이 나눴으면 하는 모습 들을 말이지요. 세진님도 카페에서 커뮤니티를 운영하시다 보니 많은 부분에서 논스의 이야기를 공감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운영하는 카페의 이야기도 해주셨습니다.

카페를 운영하면서 가장 어려운 건 동업자간의 합의 과정이라고 합니다. 사람과 사람은 다르기 때문에 의견이 다를 수 밖에 없고 서로의 의견을 조율해 과정은 많은 힘이 듭니다. 그리고 일이 쌓인 상태에서 계속 결정 과정 때문에 계속 미뤄둘 순 없으니 누군가의 의견에 따라 일은 진행해야만 합니다. 하지만 합의가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된 일은 결국 누군가의 의견을 무시하는 결과를 불러오죠. 이 과정에서 감정의 골이 깊어지는 것입니다.

악순환을 피하기 위해서 누군가는 자신의 의견을 굽혀야 합니다. 하지만 그 누군가가 매번 같은 사람이 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하지요. 이제 거기서는 선택의 영역인 것 같습니다. 만약 커뮤니티 존속의 의의가 부당함의 크기보다 크다면 우선은 앞으로 가야합니다. 그러나 부당함이 너무나 심각한 문제라면 거기서 그만두는 것도 자신을 위한 선택일 수 있겠지요.

합의가 끝나야만 방향이 정해지고 목적지가 생기게 될 것입니다. 누군가는 선장이 되고 다른 누군가는 선원이 되어 항해를 시작하겠지요. 배가 산으로 가거나 뒤집히지 않으려면 모두가 목적지를 똑바로 알고 가야만 할 것입니다. 하지만 선장이 없는 배는 그 어디로도 갈 수 있는 목적지가 없습니다.

양꼬치 집으로 와서 이야기를 더 나누었습니다. 여러 이야기 중에 옷 이야기가 나왔는데 제가 요즘 읽고 있는 잡스 책을 보더니 주리 누나가 오늘 입은 아웃핏이 약간 잡스의 느낌을 낸다고 이야기 해주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누나에게 과분한 칭찬이지만 사양하고 싶다는 말을 했습니다. 저는 잡스가 되기 보다는 사람에게 따듯한 사람이고 싶기 때문입니다. 잡스가 만든 애플은 자신의 성전이자 좋은 회사는 맞지만 좋은 커뮤니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대답했습니다. 물론 그런 회사를 만드는 작업에는 동참하고 싶겠지만요.

2019년은 정말 재미있는 한 해가 될 것 같군요. 지금 저는 너무 미약해서 할 수 있는 일이 없지만 올 해도 열심히 살아갈 모두를 응원하겠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