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 예찬

아곤
2 min readMar 17,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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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재미를 추구한다. 재미가 자발적인 선택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인류에게는 태초에 부여받은 자유 의지를 표출하려는 욕구가 존재하는데 이를 충족하기 위해 도구도 만들고 서로 무리 지으며 살아간다. 인류에게 자유 의지를 앗아 갔을 때 남는 건 허무함과 지루함이다.

재미에는 3가지 형태가 있다. 식욕, 성욕, 수면욕을 포함한 개인적 재미인 유희와 돈, 명예, 성공을 포함한 사회 관습적 재미인 성취, 그리고 사랑, 우정, 신의를 포함한 커뮤니티 관계성의 재미인 즐거움이다. 인류는 3가지 형태의 재미를 모두 추구함으로써 자신이 진짜로 원하는 삶을 설계한다

그런데 현대 사회는 성취만을 유일한 재미로 허락한다. 시스템적으로 통제가 쉽기 때문이다. 성취는 정해진 룰 안에서 목표를 이루면 된다는 점에서 안정감을 제공한다. 그러나 룰세팅의 과정은 한시적이기 때문에 과정에 참여한 자와 소외된 자를 구분할 수 밖에 없다. 예를 들어 포커 게임을 처음 접한 사람은 승부를 통해 성취를 얻는다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하지만 포커 게임의 룰은 이미 정해져 있기 때문에 참여자는 원칙적으로 룰 자체를 변경할 수 없다. 룰을 변경하면 이는 더 이상 예전의 포커가 아니게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 되면 참여자는 언제나 누군가의 명령에 따르는 꼭두각시로 전락하게 되어 더 이상 자유 의지를 표출할 수 없게 된다. 그리고 재미를 상실한다

지속적인 재미를 위해서는 관계를 통해 새롭게 정립되는 즐거움이 필요하다. 즐거움은 상대방의 존재를 인정하고 변화를 수용하는데서 시작한다. 나와 상대방은 서로 다른 유희를 추구하기 때문에 공통의 즐거움을 도출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합의와 창조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포커 게임에 지친 참여자는 서로 합의에 따라 포커에서 기반한 새로운 게임을 제안할 수 있다. 새로 고안된 게임은 창작자에게는 창작의 즐거움을 주지만 이후 참여자에게는 성취감만을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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