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 것, 바라는 것, 그리고 예측 시장

선택은 언제나 어렵습니다. 직장을 다니는 사람이라면 아마도 매일 같이 오늘 점심을 뭐 먹을까 고민해왔겠지만 오늘도 메뉴 결정은 쉽지 않습니다. 어제 먹었던 메뉴와 오늘의 날씨, 기 상태를 고려하면 변수가 너무 많습니다. 혼자 점심을 먹는 경우에도 변수가 이렇게 많은데 만약 둘 혹은 여러 명이 함께 점심을 먹어야하는 경우에는 문제의 복잡성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납니다. 우리는 이 점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민주적인 투표의 방식, 권위에 의한 과장님과의 눈치 게임, 스케줄에 의한 과학적이고 정형화된 도식화 등 인간이 고민해 볼 수 있는 모든 정치적 사회적 의사 결정도구를 도입 해봅니다. 그래도 딱 이렇다할 정답은 없어 보일 때가 많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자문해 볼지도 모릅니다. “세상에 왜 이렇게 쉬운 일이 하나 없고 선택을 하는 건 언제나 어려울까?”

Robin Hanson 박사는 우리가 원한다고 말하는 것과 실제로 바라는 것에 차이가 있다고 말합니다. 좋은 선택을 하기 위해서 우리는 우리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그리고 선택을 통해 얻는 기회비용이 무엇인지 정확히 인지하고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만약 우리가 우리 자신에게 원하는 것에 대해 거짓말을 하고 있다면 좋은 선택이란 불가능 할 수 밖에 없습니다. Hason박사는 “두뇌 속의 코끼리: 일상에 숨겨진 동기(Elephant In The Brain: Hidden Motives In Everyday Life)”라는 강의에서 사람들이 바디 랭귀지, 웃음, 대화, 소비, 예술, 기부, 교육, 종교, 정치의 분야에 표면상 목적과 행위의 간극에 대해 설명합니다. 예를 들어 스탠포드 대학교에서 무료로 수업을 청강하는 행위를 막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실제로 수업을 들으러 스탠포드 대학교에 가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대신 학생들은 비싼 수업료를 지불하면서 학위를 취득하기 위해 스탠포드 대학교를 다닙니다. 이렇듯 행위의 진짜 목적은 학위와 이를 통한 지적 우월함의 증명과 같은 누군가에게 보여질 수 있는 무언가를 위함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교육의 목적은 지식 증대라고 타인에게 그리고 자기 자신에게 이야기한다면 이는 자기 기만(self-deception)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Hanson 교수의 이런 주장이 불편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이미 많은 철학자가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소크라테스는 변명(Apology)에서 자신이 만난 정치인, 시인, 그리고 기술자들이 대부분 자신이 무엇을 말하는지 모르면서 자신이 모른다는 사실조차도 모르고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즉 사람들은 자신의 무지에 대해 무지(ignorance of ignorance)하다는 말입니다. 이러한 인간의 현상에 대해 사람들은 동물의 거죽 위에 신의 가면을 쓰고 경극을 펼치는 광대라고 비웃을 수도 있고 나약한 의지때문에 길을 잃고 우주의 들판에서 방황하는 어린 양으로 가엾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을 어떻게 규정하던 현상은 바뀌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말 중요한 건 만약 사람들이 자신을 속이고 있고 그 속이고 있다는 사실 자체도 모른다면 과연 사람들이 솔직하게 자신이 원하는 것을 표현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서 어떤 의사 결정 도구를 만들 수 있을까 입니다.

Hanson 교수는 “가치에 투표하고 믿음에 건다(Shall We Vote On Values, But Bet On Beliefs?)”라는 논문에서 의사 결정의 도구로 예측 시장을 제안합니다. 흔히 예측 시장이라고 하면 경마와 스포츠 경기 같은 도박의 한 종류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예측 시장은 자신의 결정에 돈을 걸고(stake) 그 결과에 따라 이득을 취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도박과 동일합니다. 도박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고려해 보았을 때 도박을 통해 정책 결정을 하자는 제안이 우호적으로 들리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제안의 맥락은 지금 대의 민주주의가 표방하는 투표라는 의사 결정 도구의 실패에 있습니다. Merkle Tree를 통해 비트코인 백서에도 그 이름이 거론되는 Ralph Merkle 박사 투표의 5가지 문제를 지적합니다.

1. 투표가 정책의 최종 결정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함

2. 각 정책 및 정치인의 제안을 읽어보는데 시간 소요가 너무 큼

3. 잘못된 정보에 의한 잘못된 선택의 문제가 존재함

4. 후보가 당선된 후 공약을 이행한다고 보장할 수 없음

5. 다수에 의한 선택이 최선의 선택이라고 보장할 수 없음

투표의 가장 큰 문제로는 아마 투표자의 선택과 정책의 결과에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을 것입니다. 큰 범주에서 보면 투표자는 자신을 위해 현명한 대표자를 선출할 유인이 있어 보일 수도 있지만 이는 너무 멀리 떨어진 이야기 입니다. 당장 자신의 삶이 바쁜 사람에게 정치에 모든 힘을 쏟으라고 강요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여기에 Hanson 박사가 말한 것처럼 사람이 자신이 뭘 원하는지 조차 모른다는 문제를 더하면 과연 투표를 통해 현명한 결정을 내리는게 가능한지부터 의심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반면에 예측시장은 훨씬 더 간단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돈은 사람을 솔직하게 만듭니다. 돈은 신중한 선택 강요해서 자신의 정보와 타인이 가진 정보에 따른 전략을 세우게 만듭니다. 물론 정보의 불균형이나 선택자의 지식 정도에 따라 수준의 차이가 드러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특별한 정보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참가하더라도 다른 사람도 상황을 고려해 전략을 수정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기업의 CEO를 해고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이 결정이 기업의 주식에 어떤 여파를 미칠지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만약 CEO의 해고 여부를 주제로 예측 시장을 열어 사람들이 CEO가 해고되었을 때의 주식 가격과 그대로 자리를 유지했을 때의 주식 가격을 예측하도록 공개하고 이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제공한다면 이러한 불확실성이 많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물론 여기서 기업 내부자의 예측과 외부자의 예측이 상이할 수 있겠지만 이러한 정보도 추적할 수 있다고 가정한다면 결정에 대한 사람들의 온도차를 살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예측 시장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도 존재합니다. Mancius Moldbug라는 블로거는 공개 토론에서 Hanson박사가 주장한 예측시장을 통한 정책 결정 방식(Futarchy)를 두 가지 이유에서 비판하였습니다.

1. 검증되지 않은 참여자의 결정자의 신뢰 문제

2. 편견이 없는(disinterested) 참여자 보장 문제

전문가와 비전문가가 있다면 더 나은 지식과 판단 능력을 가진 전문가에게 결정을 맡기는 것이 더 현명한 결과를 도출할 가능성이 더 높아 보입니다. 어쩌면 투표라는 방식 자체가 효과적이지 않기 때문에 결정 능력이 높은 전문가에게 결정을 맡기는 방법이 더 나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Hanson 박사는 이에 대해 실험 결과를 토대로 보았을 때 예측 시장에서 비전문가도 빠르게 정보를 습득하고 전문가 만큼이나 현명한 결정을 내리는 경우도 있다고 반박합니다. 또한 정책 결정에 있어서는 전문가가 누구인지 판별하는 것조차 어려운 경우도 많고 그 정책 결정자가 대중의 이익을 대변할 유인을 설정하는 건 더 어려운 일입니다. 이 때문에 대중이 자신의 이익을 직접 대변하면서도 그 선택의 신뢰성을 높이는데 예측 시장이 가장 현실적이라고 주장합니다.

물론 예측 시장을 도입한다고 해도 어려운 부분이 남습니다. 아마 가장 큰 어려움은 예측 시장에서 “좋은 선택"이 무엇인지에 대한 기준을 정하는 일일 것입니다. 현재까지 정책 결정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기준은 GDP를 비롯한 경제적 지표일 것입니다. 하지만 과연 정책 결정에서 사람이 원하는 것이 돈과 생산성 뿐인지는 질문해 보아야 할 사안입니다. 물론 돈은 하나의 지표로써 자금 순환의 효율성을 측정하기에 적합할 수 있지만 돈이 행복의 기준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습니다. 이를 위해 “행복"이라는 지표를 새로 만들 수도 있지만 아직까지 인간은 과연 무엇을 행복이라고 부르는지 아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 지에 대한 의문이 남습니다. Hanson 박사가 처음에 제기한 문제처럼 인간이 자신이 원한다고 말하는 것과 진정 바라는 것에 간극이 존재한다면 과연 이 행복을 통해 우리가 무엇을 원하는지 자문자답하는 과정에서 뚜렷한 기준을 제시할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현실적으로 정치는 최악에서 차악을 선택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면 Hanson 박사의 예측 시장은 충분히 도입해 볼 가치가 있어 보인다고 할 수는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점심 메뉴를 선택할 때 예측 시장을 통해 선정하고 사람들의 반응을 살핀다면 재미있는 결과가 생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건 실험을 통해서만 검증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실험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선택을 해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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