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미래, 항공사는 살아남을까?

참고: 미래의창, 여행의 미래

1. 망해가는 항공사

코로나로 인해 타격을 받은 곳이 한 둘은 아니겠지만 항공만큼 전반적으로 박살이 난 업계도 찾아보기 힘들 것입니다. 특히 최근 워런 버핏마저 델타를 비롯한 항공주를 전부 매각하면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죠. 코로나 사태가 진정된다고 하더라도 해외 여행을 가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지금까지 항공사는 가격 경쟁을 통해 상대적 우위가 전략의 중심축이었습니다. 이미 형성된 항공시장이라는 파이 안에서 경쟁을 하다보니 누가누가 더 싸게 많은 고객을 데리고 올지가 관건이었죠. 하지만 전체적인 파이가 작아진 상황에서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새로운 전략이 필요합니다. 이제는 이미 형성된 시장에서의 경쟁이 아니라 항공기를, 더 나아가 특정 브랜드를 이용해야만 하는 차별적인 이유를 제공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지요.

2. 새로운 고객이 필요하다

미래의 창에서 출판한 여행의 미래는 이에 대해 흥미로운 관점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책에서 주장하는 내용을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여행이 필요에 의한 최소한의 움직임에서 개인의 취향을 반영하는 “경험 중심”으로 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패키지 여행에서 OTA(인터파크나 호텔스닷컴처럼 저가 숙박, 항공을 검색해주는 서비스)로 다시 에어비엔비로 이제는 자유여행을 위한 마이리얼트립과 같은 C2C 로컬 큐레이션 서비스로의 전환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것이지요.

항공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까지 항공 시장은 비즈니스 트립과 같이 “목적지에 최대한 빨리 최대한 싸게” 도착하는 것에 국한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여행자는 목적지에 도달하는 것이 최우선이 아닙니다. 오히려 거기까지 가는 과정이 얼마나 즐거울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죠. 사람들이 자유여행을 선호하는 것도 우연한 발견과 즐거움, 틀에 박힌 루트가 아닌 로컬과의 직접적인 교류를 원하기 때문입니다. 여행 모빌리티의 중심축에 자리매김하고 있는 항공도 충분히 이런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벌써 몇 가지 예시가 존재합니다. 일부 항공사는 라운지를 통해 브랜드의 프리미엄을 제공합니다. 캐세이퍼시픽항공은 홍콩 첵랍콕 국제공항에 “더 데크(The Deck)” 라운지를 선보였는데 여기에는 누들바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더 데크는 홍콩의 명물인 누들과 딤섬을 제공하기 위해서이지요. 이외에도 요가 라운지인 “더 피어(The Pier)”를 설치하여 대기 시간을 지루하지 않도록 만들어 주고 있습니다.

2016년 3월 15일 CNN의 뉴스 진행자인 리처크 퀘스트는 흥미로운 세계 일주에 도전했습니다. 저가 항공만 이용해서 런던에서 출발해 8일 동안 9개의 도시를 돌며 세계 일주를 하는 것이었지요. 8일간 일주를 위해 그가 지출한 비용은 고작 200만원, 런던에서 출발해 브뤼셀, 프라하, 두바이, 콜롬보, 싱가포르, 시드니, 호놀룰루, 로스엔젤레스를 거쳐 런던으로 돌아왔습니다. 유로 트레인을 타고 유럽 일주를 하듯이 비행기를 타고 세계 일주를 하고 온 것이지요. 이러한 새로운 컨텐츠의 유입은 여행의 새로운 재미를 더할 수 있습니다. 세계 일주가 아니더라도 유명 유튜버의 여행지를 코스 페키지로 파는 등 “지겨운 레이오버(연착)”이 아닌 “여유 있는 도시 투어”를 비행기로 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3. 항공 산업 혁신의 기대주는 누구일까?

벌써 20년도 더 된 이야기라 다들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새롭게 항공 산업의 기대주로 등극한 사우스웨스트 항공사는 1990년대 까지만 해도 듣보잡이었습니다. 그런데 사우스웨스트는 대도시 위주의 항공 시스템에 대항해 로컬 도시의 항공 연결이라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선보였고 “싸고 편한” 항공 시장의 강자로 발돋움했습니다. 코로나 사태를 거치면서 현재 사우스웨스트는 시장 가치 1위의 항공사가 되었죠. (다른 곳보다 주가 폭락이 적었으니까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사우스웨스트가 기발한 항공 루트로 시장에 다시 새로운 바람을 불어올지도 모를 일이죠.

아니면 코로나의 직격탄을 온 몸으로 받은 에어비엔비가 앞으로 나서게 될지도 모릅니다. 에어비엔비는 최근 호텔 기반의 Lux 프로그램 관련자를 대거 해고하면서 기존의 호스트 제도와 로컬 트립으로 전략적 방향성을 굳혔습니다. 당장 직접적으로 항공 산업에 뛰어들 순 없겠지만 제휴를 통해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항공은 여행 산업에 있어 없어서는 안될 필수 요소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로컬 위주의 여행 트렌드에는 완벽하게 매치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공항이 접근성이 매우 떨어진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아무리 짧아도 국제선 공항과 도시는 거리가 있을 수 밖에 없으니까요. 그래서 공항에는 언제나 렌트카가 줄을 서고 있습니다. 항공으로 여행객을 잡으려면 이 렌트카의 존재 여부도 굉장히 큰 요소로 작용할 것 같습니다. 지금 당장 누가 어떻게 항공 산업을 바꿀지를 예측하는 건 불가능할지도 모르지만 이제는 비행기를 타고 가는 해외 여행이 거의 연례 행사처럼 되고 있는 세대를 타겟팅한 새로운 전략을 구현할 수 있다면 지금 항공 산업은 위기가 아니라 최대의 기회를 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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