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를 읽고

아곤
3 min readFeb 17,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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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대 후반과 2천 년대 초반의 중국은 격동의 시기였습니다. 알리바바를 비롯해서 징동, 바이두와 같은 인터넷 기업이 출현했지만 닷컴 버블로 대부분이 망했죠. 마원은 이런 격동의 시절 중심에서 알리바바를 중국 전자 상거래 최고의 지위로 올린 사람입니다.

솔직히 카리스마나 전략만 보면 마원은 그렇게 대단한 사람으로 보이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KFC에 취업을 못할 정도이고 공격적으로 물어 뜯는 근성이나 날카로움이 부족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니까요. 하지만 저는 그 누구보다 마원이라는 인물에 매력을 느낍니다.

그는 자신을 포함해 18명과 함께 알리바바를 설립합니다. 그와 처음 알리바바를 세운 사람들은 애플의 A팀이나 아마존의 S팀처럼 최고의 두뇌 집합소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보통 사람들의 집합이었죠. 그리고 여성이 6명이니까 1/3이나 되죠. 아직까지 포춘 500 기업에 여성 CEO가 25명(1/20)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당시 중국에서는 말도 안되는 숫자임에 분명하죠.

이걸 보고 있으면 사기 맹상군의 이야기가 생각이 납니다. 맹상군은 식객이 3천 명이나 되었기 때문에 이들을 먹여 살리다가 망할 뻔 했죠. 그리고 별로 쓸모도 없는 사람을 왜 이렇게 많이 데리고 있느냐고 핀잔도 들었죠.

그러다 맹상군이 진나라에 잡혀 들어가게 됩니다. 이 때 맹상군을 살린 사람은 도둑과 닭의 소리를 잘 내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들은 진나라 왕의 보물을 훔쳐 그걸 뇌물삼아 맹상군을 감옥에서 꺼내어 주었고 아침까지 굳게 닫혀 있어야 할 성문을 닭소리를 내어 열었으니까요. 이러한 일화를 보면서 사람들은 맹상군이 운이 좋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저는 그들을 쓸 줄 알았던 맹상군이야 말로 진정한 리더였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을 볼 줄 알았던 거니까요.

마원에게서도 이런 사람 냄새가 납니다. 아마존과 알리바바를 비교하면 그게 가장 확실하게 느껴지죠. 아마존은 누구보다 싼 가격과 빠른 서비스로 고객의 사랑을 받아 성장해서 이제는 최고의 위치에 올랐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판매자나 직원들은 소홀히 대했습니다. 실제로 보더스나 토이스R어스만 봐도 아마존과 일한 이후 대기업이었지만 망해버렸죠.

하지만 알리바바는 고객을 우선시 하면서도 판매자와 직원의 복지도 신경을 썼습니다. 알리바바가 펼친 수수료 무료 정책은 알리바바가 소상공인을 얼마나 챙겼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국의 대기업이 중소 상공인을 시장에서 내쫓는 것과는 굉장히 대조되는 모습이죠.

물론 알리바바는 기업이고 마원은 기업인입니다. “선교자가 되기보다는 상인이 되는 길”을 택한 것이지요. 그는 중국 정부에 협력 하면서 차이나넷이 중국인의 자유를 억압하는데 일조했을 것이고 가짜가 판을 치는 중국의 전자 상거래를 일망타진할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는 다른 중국 기업과는 굉장히 다른 모습도 많이 보였습니다. 특히 부정 부패한 직원들이 돈을 받고 공급 업체 허가를 내준 사건에 대해 CEO와 COO를 사임시키고 단호한 대응을 한 사건은 중국에서는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 입니다. 당시 중국은 꽌시를 이용해 밀어주고 땡겨주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었으니까요. 기업인으로서 이런 악습을 타파한 건 부정 부패와 스캔들을 쉬쉬하는 다른 선진국에도 충분히 귀감이 될 내용입니다.

그래서 저는 마원을 기업인이 아닌 한 명의 사람으로서 존경합니다. 최근 알리바바에서 떠나 새로운 교육을 만드는 것에 집중하겠다는 발표를 했는데 어떤 걸 만들어 낼지 너무나 기대가 됩니다. 저도 교육을 하면서 기회가 된다면 언젠가는 꼭 만나서 배움을 청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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