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 오가니즘

“사람들의 머릿속에 단단히 각인된 아이디어는 우리의 사회적 DNA(우리 문화를 진화시키도록 코딩된 고성 요소)가 형성되는 도구적 밈이 된다. 그 밈 중 가장 강력한 것은 실시간으로 펼쳐지는 이벤트로 이어지는 행동을 촉구하고 긴급성을 유발한다.”
— 본문 중에서

1. 밈과 소셜 오가니즘

신경 조직(Neural Network)

밈(meme)은 “모방체"를 뜻하는 미메마(μίμημα)에서 파생된 단어로 진화 생물학자인 리처드 도킨스가 “이기적 유전자"에서 사용한 개념입니다. 그는 인간이 행동이나 관습을 모방하는 과정에서 사회 문화적 유전자의 변화를 통해 진화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다시 말해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면역력을 가진 유전 형질(gene)을 가진 개체가 진화를 통해 살아남는 것처럼 특정한 사회적 규범이나 문화도 밈의 형태로 유전적으로 계승된다는 말입니다.

소셜 오가니즘의 공동 저자이자 진화 생물학자였던 올리브 러켓은 사회적 유전자인 밈의 존재가 소셜 미디어에서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다고 합니다. 아동 포르노나 자살 영상과 같은 극단적이고 악의적인 메시지가 바이러스처럼 문화 DNA를 감염시키기도 하고 #BlackLivesMatter이나 #TakeItDown처럼 이를 자정하는 면역 체계도 같은 곳에서 퍼져나가기 때문이죠. 자연이 멸종과 생존의 방향성을 정하지 않듯 정보 전달 환경 그 자체는 어떤 메시지도 선택하지 않습니다. 소셜 오가니즘은 진화 생물학적 관점과 인터넷의 역사적 관점에서 우리가 정착시켜야할 문화적 밈이 무엇인가를 고민하게 도와줍니다.

2. 네트워크의 발달과 홀라키의 출현

Paul Baran, On Distributed Communication 1964

소셜 미디어의 성장 배경에는 컴퓨터와 분산화 네트워크(Distributed Network)의 발전이 있습니다. 1964년 폴란드 출신 전기공학자인 폴 바렌은 수백개의 노드(Node)가 동시 다발적으로 소통하기 위한 블록 스위칭 메시지와 분산화 네트워크 구조를 제안했습니다. 그의 제안은 이후 패킷 스위칭(Packet Switching)이라는 데이터 전송 구조의 발전으로 이어져 우리가 현재 아는 인터넷의 데이터 전송 방식을 형성하는데 일조합니다. 그런데 분산화 네트워크에는 각 네트워크의 지점(Point)를 담당하는 노드가 필요합니다. 노드의 권한과 자율성이 커질수록 중앙의 직접적인 통제를 받지 않아도 합의한 규칙에 따라 행동할 자율 주체(Self-Sovereign Entity)의 책임감도 중요해지죠.

이러한 자율 주체의 개념은 심리 철학자 아서 쾨슬러가 지은 “기계 속의 유령(The Ghost In the Machine)”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1967년 쾨슬러는 행동과 반응을 통한 통제에 집중했던 행동주의 심리분석 방식에 도전하며 인간을 하나이자 전체의 부분인 “홀론(Holon)”이라 주장했습니다. 예를 들어 세포(Cell)는 그 자체로 완벽한 하나의 주체이면서 조직(Tissue)의 부분입니다. 인간도 하나의 주체이자 사회 조직에 속한 부분이라는 것이지요. 홀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개인에 대한 이해와 사회에 대한 이해가 모두 필요합니다.

자연적인 홀라키(Holarchy)의 구조 by Flemming Funch

쾨슬러의 홀론은 이후 홀라키(Holarchy)라는 조직 구조론으로 발전합니다. 완성을 의미하는 홀로스(όλος)와 근원, 통치를 의미하는 아케(ἀρχή)의 합성어인 홀라키는 완전한 주체인 홀론들이 어떻게 서로 관계를 이루고 조직 구조를 이루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담고 있습니다. 특히 분산화된 네트워크가 발전한 소셜 네트워크에서 홀라키는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주관적인 판단에 따라 정보를 전파할 수도 차단할 수도 있는 소셜 네트워크의 특성을 고려했을 때 네트워크 참여자의 성격은 홀론과 닮아 있기 때문이죠.

3. 건강한 밈 전파를 위한 문화 면역 체계

Capsid

벨기에의 인공 두뇌학자인 프란시스 헤이라언은 ‘동화(Assimilation)’의 과정에서 바이러스 전파와 밈 전파의 연관성을 설명합니다. 바이러스는 세포에 침투하기 위해 캡시드(Capsid)라는 껍질을 만듭니다. 자신을 영양분이나 다른 무해한 분자처럼 속이기 위해서죠. 기만술을 통해 면역 체계를 우회하고 세포에 침투하는 겁니다. 밈의 전파도 기만술에서 시작합니다. 우리에게는 몸의 면역 체계처럼 정보를 거르는 ‘친화 수용체(Affinity Receptor)’가 있습니다. 밈은 일부 친숙한 정보로 우리의 수용체를 속이고 생각에 침투하죠. 인터넷의 밈이 유명인이나 짤방, 유행어의 형태로 재생산되는 것도 친숙함을 높이기 위해서죠. 이렇게 침투한 밈도 바이러스처럼 우리 생각의 방향을 전환합니다.

침투한 밈은 우리 두뇌에서 감정을 조절하는 도파민, 엔도르핀, 옥시토신, 세르토닌 분비를 활성화합니다. 이 과정에서 감정은 생성되었다가 고조되고 다시 소강되기를 반복하죠. 이는 특정 사회에 바이러스가 전파되었다가 소강되는 패턴과도 비슷한 양상을 보입니다. 2014년 에서 2015년 사이의 서아프리카 에볼라(Ebola) 전파 그래프를 보면 출현 이후 잠잠하다가 2014년 9월과 10월 사이에 급격하게 확진자가 늘어나고 다시 소강되는 모습이 보입니다. 이처럼 특정 밈의 트윗도 일정 기간에 상승 했다가 소강되는 패턴을 보입니다. 소셜 미디어를 수십억의 인구가 연결된 하나의 두뇌(Brain)이라고 상상한다면 그 안에서 우리는 하나의 신경체(Neuron)처럼 정보를 수용하고 화합물에 따라 감정이 고조되었다가 소강되는 패턴을 반복하고 있는 것입니다.

Ebola Graph

거시적인 관점에서 이러한 패턴은 유기적인 자정 작용을 합니다. 밈과 문화의 전파는 소셜미디어 안에서 거대한 네러티브(Narrative)를 형성하고 유기적으로 새로운 정보를 수용하며 진화하죠. 그런데 이러한 유기적 관계 자체가 소멸하는 경우도 발생합니다. 시작은 편식이죠. 생물이 다양한 영양분을 섭취해서 진화하듯 소셜미디어도 다양한 정보와 감성을 통해 진화합니다. 그런데 플랫폼 혹은 시스템의 요구에 따라 특정 감성, 정보, 혹은 콘텐츠로 정보가 편중되었을 때 활기는 사라지고 정보의 편중 현상이 벌어지죠.

면역 체계가 존재하는 이유는 세상이 완벽하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생명체는 항상 외부 환경이라는 도전 요인에 노출되어 있고 이 중 일부는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이 되기도 하죠. 면역은 질병의 존재를 인지하고 이를 극복해나가는 과정을 통해 진화합니다. 여기서 착안한 면역 요법은 생명체를 일부러 질병에 노출시켜 면역 체계의 진화를 촉진합니다. 면역 요법의 대표주자인 백신은 항생제와 같이 병원체를 죽이는 대신 오히려 이를 포용하는 방식으로 질병에 대처합니다. 다시 말해 환경의 다양성(Diversity)을 인정하고 포용성(Inclusivity)를 높이는 방향으로 질병에 대처하는 것이지요.

저자는 소셜미디어의 정보 편중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종의 면역 요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이는 개인의 프라이버시(Privacy)를 존중하며 다양성을 인정하고 무분별한 검열(Censorship)을 하지 않는데서 시작합니다. 그러나 개발자 혹은 서비스 제공자가 미디어의 문화를 통제하는 플랫폼의 방식 안에서는 궁극적으로 정보가 중앙 통제 방식으로 전파될 수 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Facebook, Community Standard

4. 탈중앙화 조직과 오픈 헌법

Cointelegraph, What is DAO?

탈중앙화 자율조직(DAO)은 자생적 면역력을 가진 조직 구조를 위한 대대적인 실험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2008년 비트코인이 개인 대 개인(P2P)로 자율적인 송금이 가능한 시스템을 제시한 이후 이를 사회적 구조로 확장시키려는 노력이 있었고 이러한 노력이 DAO라는 이름으로 갈무리되고 있는 것이지요. 기준을 정하는 관점에서 DAO의 핵심은 오픈 소스입니다. 규칙을 정하고 이를 이행하는데 있어 기준과 관점을 공개적으로 제안하고 수렴하는 것. 오픈 소스의 정신은 세계의 다양성을 포용적으로 수용하는 면역 시스템처럼 생물의 진화를 위한 수용적인 자세를 견지합니다.

오픈 소스가 만들어갈 소셜 미디어의 오픈 헌법은 아직 초안조차 나오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비트코인이 금융의 관점에서 정신적 지주의 역할을 수행할 수는 있겠지만 사회 전반적인 구조를 아우르는 조직 체계는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죠. 따라서 앞으로 우리가 살아갈 네러티브의 초안을 작성하는 건 지금 이 시대를 살고 있는 혹은 앞으로 시대를 헤쳐나갈 우리의 몫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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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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