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딩할 결심 — 시즌 3를 준비하면서

아곤
4 min readNov 20,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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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영화보고 싶다. 박찬욱 감독 영화 너무 좋아하는데 ㅠㅠ

오랜만이네. 요즘은 통 글 쓸 시간이 없었어. 짧은 글은 트위터로 남기고 커리큘럼이나 리서치와 같은 긴 글은 노션 문서로 남기다 보니 미디엄으로 글 쓸 일이 점점 줄어드는 것 같아. 다오 관련된 내용도 최소한 자율, 조직 부분을 써서 남기려고 하는데… 뭐 언젠간 쓰겠지?

최근에는 시즌 3 커리큘럼 준비를 하면서 매우 바빴어. 베어장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있던 사람들도 다 떠나가는 차판에 새로운 온보딩 인원을 위한 교육을 준비한다는게 생각보다 까다로운 일이었거든. 모두 교육이 필요하다는 건 동의하지만 막상 실제로 진행하기에는 직접적인 수익을 창출하기 힘든 영역이기도 하니까. 그래서 좀 더 실전적으로 사람들에게 필요한 교육이 무엇일지 고민하다가 이번 시즌에는 커뮤니티 매니저 영역으로 취업, 이직, 역량 강화를 원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집중 프로그램을 기획했어. 산업이 성장하면서 인력은 필요한데 이를 위한 개념부터 실습까지 필요한 학습 방법을 제공하는 곳은 찾기 힘드니까. 취업 연계까지 가능한 프로그램이 될 수 있도록 기업들하고도 계속 이야기 나누는 중이야.

깨알 홍보. 트랭크스가 광고를 참 잘 찍었네

시즌 3를 준비하면서 지난 이 맘때를 기억해봤어. 생각해보니까 내가 논스에서 나와서 살롱을 준비하는 과정에 블록체인과 멀어졌던 시기가 딱 지난 싸이클 이 맘때 쯤이었던 것 같아. 2018년 막바지에서 2019년 초까지 공간이랑 여러가지를 알아보고 다녔으니까. 관심을 가지고 찾아온 뉴비들에게 내가 제공할 수 있는게 너무나 미약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아 내가 크립토 안에서 할 수 있는 건 너무나도 적구나.”라고 낙담했었던 시기였지.

나는 외부 시선을 크게 신경쓰는 사람은 아니라서 요즘 뉴스에서 하는 말들은 별 관심이 가지 않아. 하지만 FTX는 진짜 마음이 너무 아프더라. 리먼 사태와 같은 금융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탈중앙화 인프라 위에서 예전보다 더 못한 금융 참사가 일어났다는게 너무 어이가 없어. 난 이럴려고 크립토 한 거 아니거든. 테라 사태부터 아직 끝나지 않은 걸로 보이는 FTX 사태까지 진짜 우리가 이 정도 밖에 안되나 싶은 생각이야.

ㅎㅎ

하지만 이 순간에도 빌딩을 하는 사람들이 있더라. 나는 개인적으로 중앙화 거래소를 좋아하지 않지만 바이낸스의 CZ가 취한 행동들은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하다고 느꼈어. 특히 비탈릭과 함께 온체인으로 지불 능력 증명(proof of solvency)을 위한 새로운 시스템을 개발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머리가 띵 하더라. “아 이들도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 나는 뭘 했다고 여기서 낙담하고 있나” 싶어서 말야.

누군가에게 탈중앙성은 불필요한 수식어일거야. 마케팅을 위한 수단이거나 허황되고 무책임한 꿈 정도로 치부되겠지. 하지만 탈중앙성은 데이터와 자산의 보안성, 경제적 성장을 위한 효율성, 그리고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정당성 측면에서 꼭 알아야 할 기술이야. 중앙화가 효과적인 영역과 탈중앙화가 효과적인 영역을 분리할 줄 아는게 제대로 된 시스템을 만드는 노력의 시작이라고 생각해. 누군가가 만든 시스템 안에서 제발 아무 문제 없기만을 기도하는게 아니라 말이지.

회계학을 공부할까봐. 이거 진짜 잘 만들면 돈 될 것 같은데

이번 베어장에서 묵묵히 버틸 수 있는데 가장 큰 힘이 되어준 건 내 옆에 남은 동료들과 커뮤니티야. 처음 겪는 베어장임에도 루디움을 제대로 만들기 위해 매일같이 고민을 같이하는 동료들과 현생에 치여 바쁜 와중에도 루디움을 찾아주는 이들, 그리고 시즌 3에 새롭게 신청해준 80명의 사람들이 있어 더 힘을 내게 돼.

언론에서 크립토를 까는 걸 보면 하락장이 막바지로 다다른 모양이긴 한가봐. 한번 더 추락하고 모두가 조용해지면 그 때 비로소 다음 국면이 펼쳐지겠지. 나는 지금부터 다음까지 꾸준히 빌딩을 이어나갈 셈이야. 다음 싸이클에서는 지금처럼 무기력하고 허탈하게 지켜만 보고 있지는 않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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