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너 증권이냐? — the DAO 리포트

SEC(미 증권 거래위원회)는 1934년에 재정된 증권 거래 연방법(Securities Exchange Act of 1934)에 의해 창설된 미 연방 독립 기구입니다. 이 기구는 방법에 따라 증권(Security) 발행 및 거래를 규제합니다. 1933년 증권법(Securities Act of 1933)의 제정 목적(pre-amble)에 따르면 증권법의 제정의 주요 목적은 증권 상품에 대한 완전하고 공정한 공개(full and fair disclosure) 및 사기를 방지(prevent fraud)하기 위함입니다. 기본적인 정보 공개가 되지 않거나 거짓된 정보를 제공하는 사기성 상품에 대해서는 이성적인 투자가 이루어 질 수 없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 법안이 제공하는 건 투자자가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입니다. 즉 SEC는 증권법 투자자가 좋은 투자 상품을 찾을 수 있도록 돕지는 않지만 최소한 자신이 잘못된 투자를 하고 있다는 사실은 인지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합니다.

SEC는 the DAO 해킹이 발생한 후 2017년에 the DAO ICO의 증권 상품 여부에 대한 리포트를 발간하였습니다. (the DAO 사태에 대해 궁금하신 분은 여기를 클릭해 주시기 바랍니다.) 해당 리포트는 the DAO의 성격과 ICO 발행 방식에 대해 설명하며 해당 ICO가 증권이라고 결론 내립니다. 이 후 암호화폐는 SEC라는 새로운 규제 당국자의 관할 하에 들어가게 됩니다.

우리가 증권이라고 하면 채권(debt)과 지분(equity)이 대표적일 것입니다. 더 정확히 1933년 증권 연방법(Securities Act) 2장에는 증권의 정의에 대한 긴 리스트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증권 상품이 점점 더 다양해 졌기 때문에 특정 투자 상품이 증권 인지에 대한 법정 공방이 많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증권을 판별하는 몇 가지 기준이 생기게 됩니다. 그 중 대표적인 예가 SEC v Howey Co 케이스입니다. 이 사건을 통해 투자 계약(Investment Contract)라는 개념이 정립되고 케이스의 이름을 딴 Howey Test를 통해 투자 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판단된 상품은 증권 상품으로 정의할 수 있는 기준이 생겼습니다.

Howey Co는 미국 Florida 주에 위치한 기업이었습니다. 이 기업은 Florida에 리조트와 호텔을 소유하고 있었는데 소유 지역을 확장하면서 구매한 땅에 오렌지 나무를 심을 계획을 세우게 됩니다. 그리고 이 오렌지 농장의 소유권을 리조트와 호텔 주주에게 상품화하여 팔게 됩니다. 업체는 투자자들에게 투자액에 따라 오렌지 농장의 일정 수익을 제공할 것을 약속합니다.

SEC는 업체가 판매한 상품이 부동산 상품이 아닌 증권 상품이라고 주장하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합니다. 이 케이스는 결국 미국 대법원 판결에 따라 투자자와 업체가 투자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판명되어 증권 연방법에 따라 오렌지 농장 상품은 증권으로 간주되게 됩니다. 여기서 법원이 정한 투자 계약의 기준인 Howey Test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돈을 투자(Invest Money)
  2. 공동의 기업(Common Entertprise)
  3. 타인의 노력으로 이득이 실현(profits to come solely from others’ effort)

만약 위 3가지의 조건이 모두 충족되면 상품은 투자 상품으로 간주됩니다. 예를 들어 Howey 오렌지 농장의 경우 투자자는 공동의 기업(Howey Co)에 돈을 투자했고 타인(Howey 업체의 오렌지 농장 관리 능력)의 노력에 의존하고 있으므로 업체와 투자 계약을 맺었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SEC는 the DAO의 ICO 역시 Howey Test를 통해 업체와 투자자 간에 투자 계약을 맺었는지 여부를 판단하고 증권 상품 여부를 결정하였습니다. SEC가 이런 결정을 내린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the DAO의 투자자는 the DAO 토큰을 지급 받기 위해 일정 금액의 이더(ETH)를 지불하였습니다. 여기서 돈(Money)이란 현금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ETH는 일정 금액의 가치를 가지므로 투자 계약에서 정의하는 돈에 부합합니다.
  2. 공동의 기업이라는 기준은 자금의 소유권과 수익의 분배 방식에 따라 결정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넓은 의미에서는 투자자의 돈을 하나의 기업(venture)에 투자한 경우 성립합니다.
  3. the DAO ICO를 진행했던 독일의 Slock. it은 DAO를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하고 그 수익을 바탕으로 투자금을 회수 크라우드 펀딩의 한 형태로 광고 하였습니다. 즉 광고 과정에서 투자자는 자신이 기업에 투자해서 타인의 노력(기업의 노력)에 따라 수익을 얻는 것으로 이해했을 것입니다.
  4. 마지막으로 리포트는 the DAO 측에서 토큰 소유자가 프로젝트 선정에 대한 참정권을 가진다고 주장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인센티브 구조 상 DAO의 구성원이 투표를 하지 않을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투자자(DAO 토큰 소유자)는 타인(Curator)의 노력에 의존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므로 타인의 노력으로 이득을 실현했다는 정의에 부합합니다.

결론적으로 SEC는 the DAO의 ICO 토큰을 증권으로 규정하였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정말 중요한 건 SEC가 이 리포트를 통해 공식적으로 “사실과 상황에 따라” 일부 ICO를 증권 상품으로 정의할 것이며 당국의 규제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향후 미국에 ICO를 진행하고자 하는 모든 기업에게 적용될 수 있는 중대한 발표입니다. 증권은 기존 금융 상품과 마찬가지로 극심한 규제를 받기 때문에 신생 ICO 기업이 이 모든 조건을 충족하기는 굉장히 어렵기 때문입니다.

Coin Center는 “블락체인 토큰을 위한 증권법 프레임워크”라는 보고서를 통해 ICO를 진행하고자 하는 기업이 SEC의 규제를 피하기 위해 고려해야 하는 사항을 글과 도표로 표시하고 있습니다. 이 프레임워크는 토큰 판매의 모범 사례(best practice)를 충족하기 위해서 6가지 원칙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1. 상세한 백서를 발간한다
  2. 선매(presale) 이전에 개발 로드맵을 제시한다
  3. 공개된 공공 블록체인(open, public blockchain)에 모든 코드를 공개한다
  4. 명확하고 논리적이며 공정한 방법으로 토큰 가격을 설정한다
  5. 개발진을 위한 토큰 할당율을 사전에 결정한다
  6. 토큰을 투자 상품으로 마케팅하는 행위를 피한다

또한 Coin Center의 연구 책임자인 Peter Von Valkenburgh는 인터뷰를 통해 기업이 ICO를 홍보하는 과정에서 토큰을 투자 상품으로 홍보하는 오류를 자주 저지른다고 말하였습니다. 여기서 토큰의 이 중요한 이유는 만약 투자자가 특정 ICO 토큰을 투자 상품으로 인지하고 구매했다면 해당 상품은 투자 상품으로 법정 공방에 휘말릴 소지가 높기 때문입니다. 애초에 ICO(Initial Coin Offering)라는 단어 자체가 증권의 대표격인 주식의 IPO(Initial Public Offering)에서 차용한 개념이기 때문에 당국에게 “나 좀 잡아가 줍쇼”라는 인상을 풍길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ICO는 규제의 사각 지대에 있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ICO를 모금을 위한 손쉬운 방법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람들은 묻지마 투매(pump and dump)에 익숙해 졌으며 기본적인 정보 공개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폰지 사기를 비롯한 각종 사기 ICO(Scam ICO)가 횡횡하면서 시장의 문제는 가속화 되었습니다. SEC의 리포트는 이렇듯 무분별한 시장을 바로 잡기 위한 조치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규제 기관의 개입은 ICO를 발행하는 주체로 하여금 최소한의 경각심을 불어 넣었다는 관점에서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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