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고등학교 때 친구인 모세를 만났습니다. 우리나라로 고등학교 2학년인 11학년 때 마지막으로 봤으니 거의 10년 만입니다. 이따금 페이스북으로 메세지를 나누곤 했는데 마침 한국에 있다고 해서 약속을 잡게 된 것입니다. 경리단길 근처에 있는 멕시칸 음식점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먼저 도착해서 맥주를 한 잔 시키고 친구를 기다렸습니다.

제게 고등학교 2학년은 그리 유쾌한 기억이 아닙니다. 한국의 학교에서 자행되는 암묵적인 폭력이 싫어서 미국으로 왔는데 2학년 때 들어갔던 학교인 키스키는 폭력적인 문화의 온상이었습니다. 학교에 들어가 제가 처음 배운 건 어떻게 선생님에게 들키지 않고 제 시험을 보여주는가 였습니다. SAT가 끝난 3학년들의 최소 성적 유지를 위해 아직 공부를 해야 하는 2학년이 시험을 보여주는 문화가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어찌면 굉장히 합리적인 방법이었습니다. 어차피 3학년들은 최소한의 점수로 구색만 맞춰도 됐기 때문에 굳이 2학년과 경쟁을 하려는게 아니었고 2학년은 3학년이 감시하는 아래에서 열심히 공부하게 되니 성적이 오를 수 있었겠지요. 상부상조라고 할 수도 있죠. 1년 더 나이를 처 먹었다는 이유만으로 사람을 깔고 뭉개도 된다는 생각이 당연하다면 말이죠.

아무리 말도 안 되는 문화라도 모든 사람이 인정하면 그걸 부정하는 사람이 비정상적 취급을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제 고등학교 시절이 바로 그랬지요. 말이 안 되지만 다들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이다 보니 내가 미쳐버린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자주 했었으니까요. 그래서 결국 3학년 때는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갔습니다.

모세는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자신의 고등학교 경험을 말해주었습니다. 제가 기억하는 모세는 고등학교 때 굉장히 순수한 친구였습니다. 말도 느리고 차분한 아이였지요. 그런데 모세는 자신의 그런 성격 때문에 오히려 놀림과 질타를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자신보다 한 학년 선배인 형과 같이 방을 썼는데 그 때 너무 많은 헤꼬지를 당해 말도 빨라졌다고 말하더군요. 심지어 자신의 이름이 모세라고 신앙심에 대한 질문을 너무 받다 보니 있던 신앙심마저 다 사라져서 이제는 교회도 나가지 않는다고 이야기해줬습니다.

저는 그 친구에게 “나는 그래도 다 잊었다"라는 식으로 말을 했습니다. 실제로 저는 저를 힘들게 했던 사람들을 미워하지 않습니다. 특히 고등학교의 경우 저를 직접적으로 때리고 괴롭힌 사람도 있었지만 말이지요. 문화에 책임이 있다면 그걸 고치지 않은 저에게도 책임은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를 방만한 학교에 책임이 가장 크겠지요. 피해자와 가해자로만 시스템이 가지는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으니까요.

그럼에도 이야기를 하면서 마음이 아팠던 건 사실입니다. 저보다 모세의 표정을 보면서 말이지요. 그리고 집으로 오면서도 어떻게 하면 이런 피해자가 다시는 나오지 않을 수 있게 할까를 깊이 고민했습니다. 학교라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폭력의 피해는 개인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 수 있으니까요.

제가 지금 접근하고 싶은 분야가 교육인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제부터 삶을 배워갈 그 누구도 저처럼 불행한 교육을 받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 크니까요. 조금 더 자유롭고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는 게 수용적인 환경에서 배우는게 즐겁다는 사실을 널리 알리고 싶은 마음이 너무나 큽니다. 뭐 하나하나 만들어 나가면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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