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 설날이라 음식을 만들었습니다. 산적도 굽고 나물도 하고 했죠. 그렇게 많은 음식을 한 것 같지도 않은데 시간이 꽤나 오래 걸렸습니다. 힘이 들기 보다는 진이 빠지는 작업이었죠. 그래도 오늘 거의 대부분 끝냈기 때문에 내일은 상차림만 하면 대충 제사를 지내는데는 문제가 없을 것 같습니다.
음식을 만들면서 몇 번 싸우기도 했습니다. 특히 어머니와 언성이 높아지곤 했는데 다른 것보다 중간중간에 일이 틀어지거나 무언가 뜻대로 되지 않으면 서로 감정이 상해서 이야기 하다가 토라지곤 했던 겁니다. 다른 무엇보다 어머니와 같이 일하는 건 너무나 힘든 것 같습니다.
부모님과 일을 하다보면 왠만하면 넘어갈 만한 잔소리도 괜히 빈정 상해서 대꾸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럴 때면 명상이고 평정심이고 다 헛짓을 했구나 싶어 자괴감도 들곤 하죠. 마음을 가라 앉히고 이야기를 하면 될 걸 괜히 짜증을 내는 걸 보니 아직은 저도 멀을 것 같습니다.
중간중간에 뭐가 이렇게 감정이 상하는 걸까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일하는 게 싫은 것도 아니고 명절이라는 취지에 맞춰 한 번씩 기분을 내기 위해 가족끼리 요리를 해보는 경험도 나쁘다고만 생각하지는 않으니까요. 그리고 요리 자체를 나름 즐기기도 하는데 말이죠. 이렇게 빈정이 상해야만 하는 이유가 뭐였을까요?
필요에 의해 일을 하다보면 즐기기가 어려워지는 상황이 종종 발생합니다. 그리고 예상했던 양의 일보다 더 많은 일을 해야하면 버겁게 느껴지고 짜증이 나게 되죠. 짜증이 나니까 그냥 흘려들을 만한 잔소리도 괜히 반응하게 되고 그 이후는 상황때문이라기 보다는 감정때문에 서로 싸우게 되니까요. 결국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드는게 제일 중요한데 그러질 못한 것 같네요.
앞으로 생활의 미래를 만들면서 제가 가장 크게 고민해야 할 건 아마도 필요에 의한 주방일을 어떻게 줄일까에 대한 고민일 것 같습니다. 요리를 하면서 맛을 보고 새로운 맛을 만들어 내는 과정은 즐겁지만 청결 유지나 설겆이는 귀찮으니까요. 재밌는 일만 할 수 있으려면 무엇이 필요할지 고민해보면 좋겠네요. 뭐 도요타도 어머니를 위해 재봉틀을 만드는 데서 시작했다고 하니 제 고민도 뭔가 의미있는 결과를 창출할지도 모를 일이군요. 하지만 우선은 부엌부터 치워야 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