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후학교 강사 면접

아곤
3 min readJun 14,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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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3일 살롱에드할에서 첫 덕후학교 면접을 시작했다. 신청자는 9명이었는데 노쇼 1명, 사전 취소 1명, 당일 취소 2명으로 총 5명이 면접 장소에 왔다. 분야는 행복, 타로/심리 상담, 길고양이 드로잉, 해리포터, 음료 만들기로 굉장히 다양했다. 서류만 보았을 때는 이게 뭐냐 싶을 정도로 가늠이 안 가는 분야가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막상 면접을 보니 역시 세상에는 내가 아직 접하지 못한 재미난 구석이 이렇게나 많구나 라는 걸 느꼈다.

면접은 오후 2시, 3시 반, 5시에 진행되었고 타임별 2명 정도가 들어왔다. 원래는 3명을 한 시간안에 보는 걸 목표로 했다. 면접은 처음이라 팀원끼리 나름대로 역할 분담도 하고 사전 질문도 점검하기 위해 오후 1시부터 모여서 이야기를 나눴다. 나는 서기 역할을 자처했다. 면접은 메인 질문자 1명, 서브 질문자 1명, 평가자 1명, 서기 1명으로 분담했다.

사전에 정한 면접 질문은 다음과 같았다
1. 자신의 분야에 입덕한 계기는 무엇인가?
2. 덕질을 하면서 가장 찬란했던 순간은 언제인가?
3. 덕후학교 강사로 지원한 이유는 무엇인가?
4. 커뮤니티나 클래스를 운영한 경험이 있는가?
이러한 질문을 기반으로 면접자가 도중에 말한 내용을 가지고 조금 더 상세히 물어보는 형태였다. 사람마다 다르긴 했지만 면접에서 물어보는게 좋겠다고 생각하여 이후 모든 참가자에게 묻게 된 질문도 있었는데
1. 예상되는 타겟 고객은 누구인가?
2. 수업 과정의 영상 컨텐츠화에 관심이 있는가?
3. 지속적인 커뮤니티 운영에 관심이 있는가?
4. 수업을 한 줄로 소개하는 카피를 만든다면 무엇일까?
의 내용이었다. 덕후는 자신의 분야에 대한 스토리가 남달라서 그냥 듣고만 있어도 즐거웠다.

면접을 진행하면서 느낀 건 지원한 모든 사람이 덕후는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누군지 밝히기는 그렇지만 참여자 중에는 덕후라기 보다는 덕후학교의 비즈니스 모델과 커뮤니티 서비스 시장에 관심이 있는 참여자도 있었다. 이미 스타트업의 경험이 있었고 나름대로 특이한 컨텐츠를 진행해본 경험도 있었다. 하지만 덕후라고 하기에는 세계관의 깊이 자체는 조금 부족한 느낌이었다.

강사 채용 기준을 어떻게 정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생기는 부분이다. 만약 우리가 “이 사람은 덕후는 아닌 것 같아"라고 생각하면 학생도 똑같은 느낌을 받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의 입맛에 맞는 컨텐츠를 컨셉화해서 구성하는 능력이 있다면 이 사람을 뽑아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이 남는다. 덕후는 시장성을 판단하는 능력이 뛰어난 사람은 아니기 때문이다.

아마 면접을 진행하면서 팀원과 대화를 통해 기준을 좀 더 정해나가지 않을까 싶다. 지금 당장 이것이다 저것이다라고 정하기 보다는 우선 모든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그 중에 우리가 생각했을 때 가장 재미있고 승산도 있어 보이는 컨텐츠를 선정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기대가 되는 면접자가 많아서 섣부른 판단은 보류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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