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알고 있어도 죽음은 피하지 못한다

참고: 사마천 사기, 한비 열전

법가 사상으로 유명해 우리에게 한비자로 알려져 있는 한비는 전국 시대 한나라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한나라가 어려울 때 나라를 바로 세우기 위해 왕에게 여러 간언을 했지만 말을 더듬는 습관 때문에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죠. 그래서 그는 자신의 생각을 글로 적었습니다.

사마천은 한비자의 많은 작품 중 “세난"을 소개합니다. 세난은 왕에게 유세하는 세객이 겪는 어려움을 자세하게 다루고 있죠.

“유세의 어려움은 군주라는 상대방의 마음을 잘 파악하여 내 주장을 그 마음에 꼭 들어맞게 하는 데 있다. 상대방이 높은 명성을 얻고자 하는데 큰 이익을 얻도록 설득한다면 식견이 낮은 속된 사람이라고 가볍게 여기며 멀리할 것이다. 이와 반대로 상대방이 큰 이익을 얻고자 하는데 높은 이름을 얻도록 설득한다면 상식이 없고 세상 이치에 어둡다고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상대방이 속으로는 큰 이익을 바라면서 겉으로는 높은 이름을 원할 때 높은 이름을 얻는 방법으로 설득한다면 겉으로는 받아들이는 척하겠지만 속으로는 멀리할 것이며, 만약 큰 이익을 얻는 방법으로 설득한다면 속으로는 의견을 받아들이면서도 겉으로는 그를 꺼릴 것이다.”

유세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이해했던 한비자입니다

한비의 글을 읽은 진나라의 왕은 그의 글이 너무나 마음에 들었습니다. 한비 얻기 위해 한나라를 칠 정도였으니까요. 그런데 당시 진나라의 제상은 이사로 한비와 동문이었습니다. 이사는 어릴적부터 한비가 자신보다 뛰어나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지요. 그는 마음 속 깊이 한비의 재능을 시기하고 있었고 한비가 진나라에 오면 자신의 자리를 빼앗을까 두려웠죠. 그래서 그는 진나라 왕에게 한비를 헐뜯는 말을 합니다.

“한비는 한나라의 공자 가운데 한 사람입니다. 지금 왕께서 천하를 통일하려 하시는데, 결국 한비는 한나라를 위해 일하지 진나라를 위해 일하지 않을 테니 이것이 사람의 마음입니다. 지금 왕께서 그를 등용하지 않은 채 오랫동안 머물게 했다가 그대로 돌려보낸다면 이는 스스로 뒤탈을 남기는 일입니다. 죄를 뒤집어씌워 법에 따라 죽이느니만 못합니다.”

진나라 왕이 망설이자 이사는 직접 한비에게 독약을 보내 스스로 목숨을 끊게 만듭니다. 그렇게 한비는 자신의 재능을 펼치지도 못해보고 자신의 동문인 이사의 손에 죽음을 맞이하죠.

세상은 잘 알았지만 사람의 독은 잘 몰랐었나 봅니다

사마천은 한비의 죽음을 슬프게 여깁니다.

“나는 다만 한비가 세난 편을 짓고도 스스로는 재앙을 벗어나지 못한 것이 슬플 뿐이다.”

때로는 모든 걸 알고 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한가 봅니다. 사람을 설득하는 과정은 상황을 명확히 파악하는 능력을 넘어 마음을 헤아리고 다른 사람에게 맞춰주는 행동까지 수반되어야 비로소 효과를 발휘하니까요. 언제나 세심함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저로서는 아직 누군가를 설득하는게 너무나 어렵게만 느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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