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디까지 했더라? -1

빵야!

차갑고 청아한 소리가 방 안에 울려퍼졌다. 동시에 몸은 바닥으로 기울었다.

바닥으로 향하는 여정에서 머리는 책상에 부딛혔다. 원하지 않는 파편을 모든 곳에 흩뿌리며 몸은 계속 기울었다. 손은 의자를 어루만지고 있었다. 어루만진 자리에는 손에 뭍은 피가 흘러내린 궤적 덕분에 꽤나 선정적인 곡선이 남아 있었다.

아마 이것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선이라 자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이건 “하나 일”의 한자처럼 쭉쭉 뻗은 직선도 유클리드가 말했던 원처럼 완성된 하나의 곡선도 아니었다. 선은 중간 사이 어딘가에 있었다. 그 어디에도 속하지 못했으니까. 마치 나의 삶처럼. 곧음으로도 굴곡으로도 완벽하지 못했다. 그래도 그 나름으로 독특한 하나의 선이었음은 분명하다.

빵야 빵야

피는 바닥에 려져 카펫으로 스며들고 있었다. 피가 스며드는 장면은 꽤나 황홀한 광경을 연출한다. 예를 들어 한 방울의 물방울이 넵킨에 떨어지면 조금씩 둘의 경계가 무너지기 시작한다. 순간의 장면을 따로 떼어놓고 보면 이게 서로 합쳐지는 과정인지 분리하고 있는 과정인지 말하기 어렵다. 경계가 무너질 때의 덩어리가 하나인지 둘인지 명확하게 판단하기 어려우니까.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둘은 천천히 하나로 수렴한다. 젖은 넵킨이라는 새로운 물체를 만들면서.

몸의 일부였을 머리 조각이 책상 위로 펼쳐졌다. 마치 중국 야시장 좌판에 쌀주머니에서 쏟아져버린 쌀알마냥 통통거리는 모습이 볼만한다. 팝콘을 튀길 때 뚜껑을 닫는 걸 깜박해서 성질 급한 옥수수가 열기를 피해 달아나 바닥으로 파바박 튀었다면 그 혼돈의 광경을 닮아 있을지도 모르겠다.

전체적으로 잭슨 폴록의 그림이 질서가 정연했다면 이건 그러한 질서를 따라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잭슨 폴록의 질서 정연함이 돋보인다

청결함의 기준에서 바라봤을 때 이건 어떤 의미로도 아름다운 광경은 아니었다. 안타깝게도 누군가는 이걸 치우기 위해 꽤나 열심히 일을 해야할 것이다. 피가 뭍은 카펫을 닦고 전체적으로 흩뿌려진 조각을 찾는 건 쉽지 않은 작업이 될 수도 있다. 새로 들어온 집 소파 뒷편에 손을 더듬다가 자신도 모르는 사람의 두개골 조각을 원하는 사람은 없을테니 구석구석 꼼꼼히 살필 필요가 있다.

만약 내 자살의 목적이 나의 존재를 지우는 것이었다면 아쉽게도 나는 성공하지 못했다. 역설적이게도 나는 나의 기존 부피보다 더 많은 양을 세상에 남겼다. 과학적으로 봤을 때 더 적은 양의 존재를 남기려고 했던 노력이 세상에 더 많은 흔적으로 남았으므로 실험은 실패했음에 분명하다.

몸이 최종적으로 바닥으로 안착하는 순간에 눈은 마지막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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