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상 글을 쓰려고 앉으면 글이 잘 써지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그럴 때면 세상에는 천재도 많고 글을 잘 쓰는 사람도 많은데 나는 왜 아무런 재주가 없을까 신세 한탄을 해봅니다. 사들은 도스도예프스키의 글을 보면서 그가 경제적으로 불우했기 때문에 원고료를 더 타 먹으려고 일부러 글을 막 늘려 쓴거라며 핀잔을 주곤합니다. 이러한 푸념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2백 년이나 지난 도스도예프스키의 글을 찾아 읽습니다. 그냥 글을 잘 썼기 때문입니다. 또 이백은 황량한 보름달이 수면을 비치던 밤 망월대에 홀로 술잔을 기울이면 술에 비친 달이 시가 되고 몸이 붓이 되어 흐느적 거리는 몸짓마저 운율로 남아 우리에게 전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아무리 술을 먹어봐도 다음 날 아침에 남는 건 바닥에 흥건한 구토 자국 뿐입니다.

오버를 많이 보태자면 글을 쓴다는 건 모래알에서 물을 짜내는 작업입니다. 언젠가 지나쳤던 기억과 베게맡에 묻혀둔 생각들은 모래알처럼 바실바실하게 흩어져 있습니다. 저는 컴퓨터 앞에 앉아 그 바스락 거리는 생각의 파편들을 하나로 모아 그 안에서 정재된 하나의 흐름을 뽑아내야 합니다. 하지만 글을 쓰는 작업 도중에도 집중력이 떨어지고 배가 고파지면 하릴없이 유투브나 비적거리면서 생각 없이 BJ들을 쳐다보기도 하고 시간을 축내다가 이내 노트북을 덮어버리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그러다가 마침내 인내심을 가지고 하나의 글을 완성했다고 치더라도 문제는 결코 해결되지 않습니다. 이제 다 쓴 글을 타인에게 보여질 수 있는 수준까지 고치고 다시 읽어보다 보면 과연 이게 한글로 쓴 건 맞는지 다시 회의감이 들곤 합니다. 거의 반 이상을 도려내고 다시 오려 붙여서 그래 내가 생각한 건 이거였어 자신감이 잠깐 들면 순간의 열정에 다시 손을 놀리다가도 마지막에 Publish 버튼을 눌러야 할 상황이 오면 머리는 멍해지고 일종의 두려움마저 엄습해 옵니다. “과연 내가 책임질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맴돌면서 마지막 이 버튼을 누르기가 참 힘들어 집니다.

또 생각해 보면 글이란 참 무의미합니다. 매일 출판되는 책은 수백 권일테고 쓰여지는 보고서와 끄적여진 글자의 수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을 텐데도 세상은 변하지 않습니다. 물론 인생의 무게를 담아 쓴 글과 보여지기 위해 급하게 날조한 문서에는 경중의 차이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건 누군가 알아볼 때만 그 의미가 있습니다. 어차피 세상 그 누구도 나에겐 관심이 없고 그 누구에게도 좋은 글, 좋은 사람, 혹은 그 무엇도 필요로 하지 않으니까 내가 아무리 좋은 글을 썼다고 뽐내봐야 그 누가 알아줄까 의문이 남습니다. 아마 지금까지 많이도 글을 썼다 지우고 꾸준히 올리지 못했던 건 아마 이런저런 생각이 머리에 너무 가득해서 였을 터입니다.

생각이 많아지면 행동이 느려집니다. 아마 생각을 계속하다 보면 세상에 해야할 일이나 의미가 있는 일들은 전혀 남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결국 글을 쓰는 것도 행동이라 그냥 써야 써지는가 봅니다. 오늘은 그냥 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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